“일본 내 896곳, 2040년까지 ‘사라질 위기 도시들’로 분류될 전망”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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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카무라 나오키 홋카이도 교육대학 교사
홋카이도 교육대학에서 일하는 나카무라 나오키(44) ⓒ본인 제공
홋카이도 교육대학에서 일하는 나카무라 나오키(44). ⓒ본인 제공

한국의 출산율이 연일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자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2명. 이마저도 4분기로 좁히자 0.65명으로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이 0.7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도 0.7명대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저출생 고령화는 마을 소멸로 이어진다. 실제로 인구 위기에 먼저 봉착한 일본에선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시사저널이 지난 2월 찾은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의 네 마을이 대표적이다. 반면, 같은 홋카이도지만 아사히카와(旭川)시 인근 히가시카와정(東川町)은 ‘살아난 마을’로 알려졌다. 이곳은 지난 30여 년간 주민이 늘어난 유일한 마을이다(2월29일자 <[르포] 눈 속의 폼페이...일본의 ‘인구 0’ 마을에 가다> 기사 참조).

이와 관련한 홋카이도 교육 전문가의 견해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지난 2월 26~29일 홋카이도 교육대학에서 일하는 나카무라 나오키(44)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홋카이도 교육대학의 하코다테교에서 국제지역학과(사회복지학·아동복지론)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래는 나오키와의 일문일답이다.

히가시카와정의 인구 증가 배경은 무엇인가.

“히가시카와정은 ‘사진의 마을’로 유명하다. 마을은 지난 1985년 ‘사진의 마을’을 선언했다. 선언 당시에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투자가 유행했다. 다른 마을에서는 공공건물이 생겼다. 히가시카와정은 이보다 문화에 투자했다. ‘사진에 집중하자’는 계획은 마을의 미래를 바꿨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노력을 계기로 변화가 시작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정부 직원, 주민, 이민자 등이 모두 공동체 개발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다. 이게 마을의 전체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히가시카와정 공동체 개발의 특징은 이처럼 특별한 리더 없이 성공했다는 거다.”

다른 소규모 마을의 인구는 감소세다. 유바리시에선 ‘인구 0명’ 마을도 있다.

“그렇다. 인구 감소의 원인은 교육과 고용·산업·보육·보건·복지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지역 활성화 성공 사례도 있다. 관광이나 고용 확대, 농업, 교육, 이민 등에 초점을 맞춘 경우다. 한 가지 성공 사례가 있다. 내 고향인 홋카이도 하코다테(函館) 인근 앗사부(厚沢部) 마을이다. 이곳의 지향점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인구 감소 마을’이다. 그러면서도 마을은 2021년 11월 이민 촉진을 위해 ‘어린이 보육원 유학 체험(保育園留学)’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는 어린이들이 가보고 싶은 지역의 보육원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어린이들은 마을로 이주하는 체험을 한다. 그리고는 보육원 ‘하제루(はぜる)’에 1~3주간 찾아간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앗사부에서 머물면서 일과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가 결합한, 일종의 워케이션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마을과 민간이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이민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 호응도는 어떠한가.

“프로그램의 인기가 좋다. 예약은 항상 꽉 차 있다. 2021년 11월 시작한 이래로 매번 1000여 가족이 취소 대기자에 오를 정도다. (※프로그램과 관련한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 회 정원은 120명이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7%는 재이용을 희망했다. 앗사부 마을에 대한 이민에 대한 관심도도 높은 편이다. 응답자의 64%는 ‘이민에 관심 있다’를, 4%는 ‘이민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마을 소멸을 위한 다른 방안이 있나.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선 지역을 지향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우리 동네를 세상에서 가장 살기 편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 ‘우리 동네 농업을 활성화하고 싶다’ ‘농촌의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등의 목소리다. 또한 많은 대학교는 현재 ‘지역 발전’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지향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 정책도 필요하다.”

일본은 일찍 인구 위기에 봉착한 나라다. 마을 소멸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인구 위기와 관련해선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20~39세 젊은 여성(가임 가능 여성)이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90% 이상의 아이들이 해당 연령대에서 태어난다. 40대 미만 인구수가 40대 이상보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배경이다. 둘째, 인구 이동 문제다. ‘도쿄 집중화’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젊은 세대는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자연스레 지방의 생산 인구가 감소한다. 일본 정부의 예측에 따르면 도시나 마을 등 896곳은 2040년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들’로 분류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523곳은 1만명 미만이 되면서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할 거다.”

일본 학계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나온 적이 있는가.

“요시노리 히로이 교토대학 교수의 2017년 연구를 소개한다. 이는 2050년 일본을 위한 전략으로, 인공지능(AI)의 분석 결과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일본이 2050년에도 지속 가능하려면, 2017년부터 8~10년 내에 ‘중앙 집중식 도시화’ 혹은 ‘지방 분산식 지역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2024년 현재에도 일본 정부의 선택은 명확하지 않다. (※보고서는 지방 분산식 지역화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 구체적인 방법으론 지역경제를 촉진하는 재생에너지 기기 활성화, 지역 대중교통의 확충, 주민·지역을 위한 문화 구축과 사회보장 등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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