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 없이 ‘라마단’ 시작됐다…알아크사 긴장 고조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3.11 12: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쿠란 계시 기리며 낮 동안 금식·금욕
하마스, 알아크사 집결 촉구…“순교자들 기릴 것”
휴전 불발에 우려…중재국, 라마단 기간 휴전 협상 이어가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로이터=연합뉴스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성전(성전산)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의 의무이자 근본 중 하나인 금식성월 ‘라마단’이 이슬람권 대부분에서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협상이 불발되면서, 이번 라마단이 자칫 확전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11일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날 저녁 메카에서 초승달이 관측됐다면서 이날이 라마단의 첫날이라고 밝혔다. 곧이어 시리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라크 등도 같은 날 금식성월이 시작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라마단은 ‘축제’와 ‘감사’가 아닌 ‘전쟁’과 ‘긴장’ 속에 시작됐다. 특히 5개월간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는 결국 휴전 없이 라마단을 맞이했다. 외신들은 라마단 기간 거리 곳곳에 내걸리던 축제 장식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위기가 냉랭하다고 전했다. 동예루살렘 지역 사회 지도자인 아마르 시데르는 “올해 우리 아이들과 장로들 그리고 순교자의 피를 기리기 위해 구도심을 장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 사원은 긴장이 가장 첨예하게 고조되는 곳이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라마단 기간 팔레스타인 내외 모든 전선에서의 대결과 시위를 주장하며 알아크사를 향한 집결을 촉구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전시 내각 회의를 열고 라마단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알아크사 성지 주변 골목에는 수천 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모두가 성스럽게 여기는 곳인 알아크사 성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분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면서 내건 작전명이 ‘알아크사의 홍수’였다.

라마단 기간 알아크사 사원에서 기도하는 일을 매우 성스럽게 여기는 무슬림들이 이곳에 대거 모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신앙적으로 고양된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군경과의 유혈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라마단 마지막 열흘에는 철야 기도를 위해 알아크사에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몰려들 예정이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5일 “만약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라마단까지 휴전에 합의하지 못하면 아주, 아주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대교의 유월절과 라마단이 겹친 지난해 4월에도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충돌이 발생한 바 있다.

카타르와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휴전이 체결되도록 라마단 기간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상대로 설득을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재국들은 라마단 시작 후 이틀간만이라도 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사도 무함마드가 경전 쿠란을 계시받은 일을 기리는 신성한 달로 여겨진다. 29일가량의 라마단 기간동안 일출부터 일몰시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지 않는다. 흡연, 성관계뿐 아니라 껌 씹기까지 자제하는 금욕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 5번의 기도를 엄격하게 지킨다. 쿠란 읽기, 자선, 선행에도 더욱 힘쓴다.

이 기간에는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식음을 삼가야 한다. 식당 역시 대부분 주간에 한 달간 문을 닫거나 검은 커튼으로 출입문과 창문을 가린 채 샌드위치처럼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만 제한적으로 판매한다.

대신 해가 진 후 가족과 지인, 어려운 이웃 등을 초청해 함께 저녁을 먹는데 이렇게 금식을 깨는 식사를 이프타르라고 한다. 이프타르가 끝나면 심야까지 외출도 가능하다. 부국이 많은 걸프 지역에서는 ‘라마단 특수’를 노려 고급 호텔에서 고가의 이프타르 패키지를 내놓고, 쇼핑몰에선 라마단에 맞춰 대대적인 세일을 시작한다. 이에 금욕과 절제의 기간인 라마단이 상업화돼 종교적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