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신 ‘이재명의 원군’으로…김부겸의 속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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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선대위 체제 전환…김부겸 고심 끝 합류 결심
새로운미래 실망 기색 역력…野 일각 “대권 염두에”

총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은 ‘김부겸의 선택’에 쏠린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부겸 전 총리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복귀하면서다. 당초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사천 논란’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런 김 전 총리가 이른바 ‘비이재명 연대’를 구성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아닌 이재명 대표를 돕기로 결정하면서, 그 속내와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앞 ‘쓰리톱’ 띄운 민주당

민주당은 4·10 총선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이해찬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선임했다고 11일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선대위 명칭은 ‘정권심판·국민 선거대책위’”라며 “성격은 혁신과 통합, 국민 참여, 정권 심판 등이고, 이를 담는 구성으로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김 전 총리를 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공동선대위원장에는 혁신과 통합, 국민참여, 정권 심판 등 4가지 개념을 상징하는 분들을 모셨다”며 “혁신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영입인재인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과 황정아 박사를 선임했다”고 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시됐다. 다만 이해찬 전 대표 외 ‘통합’에 방점을 찍은 선대위원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 지도부 내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이 선대위원장 물망에 올랐으나 본인이 고심 끝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선대위 ‘마지막 카드’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부상했다는 전언이다. 취재에 따르면, 김 전 총리 측은 이재명 대표로부터 직접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 전 총리가 완곡한 거절 의사를 전했으나, 이 대표 측의 계속된 부탁에 ‘선대위 인선 권한’ 등을 조건으로 결국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선 “제가 다시 당에 돌아온 이유는 하나”라며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無)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의 의미는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주를 심판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독선과 독주, 퇴행을 견제할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함께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함께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낙연 측 ‘아쉽다’…“총선 후엔 이재명 경쟁자” 시각도

김 전 총리의 합류가 민주당에는 ‘득’이 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김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를 돕기로 결정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진화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반면 김 전 총리의 선대위행(行)이 ‘민주 연합’을 띄운 이낙연 대표에겐 ‘큰 실점’이란 시각도 있다. 김 전 총리의 합류를 바랬던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측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야권 한 관계자는 “‘진짜 민주당’을 누구보다 바래왔던 사람(김 전 총리)이 이재명 대표를 돕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권 심판을 위해 뭉쳤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의 민주당이 ‘심판의 자격’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지금 통합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김부겸 전 총리는 합리적 온건 성향으로 확장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김 전 총리로서는 이낙연 대표와 함께 하는 것보다 민주당 내에서 새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김 전 총리가 차기 당권과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행보를 결정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정계 은퇴까지 선언했던 김 전 총리가 ‘여의도’에 다시 돌아오려면 그만한 명분, 목표가 필요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즉, 김 전 총리가 총선 후에는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 측도 이 같은 상황을 감수하며 김 전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김부겸 전 총리뿐 아니라 3인을 동시에 내세웠다. 이렇게 되면 김 전 총리가 들러리에 그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김 전 총리가 이 대표를 돕기로 결정한 것은 개인적으로 자신의 ‘정치적인 계획’에 득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봤다.

김 전 총리는 이 같은 추측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정략적 계산이 아닌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위해 민주당을 돕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이낙연 대표 측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앞서 김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20일 이낙연 대표와 만나 ‘당의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좀 더 두 분(이재명·이낙연)이 진솔한 대화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현재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가 그때의 분열이 상처로 남아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미래 측과 만나볼 계획’을 묻는 말에 “섣불리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필요하면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며 “당의 선거 전략상 필요하다면 선대위에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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