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대기업의 90%는 사외이사들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이사회에서 보류와 기권을 포함한 반대표를 한 번도 던지지 않은 '거수기' 역할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 중 지난 8일까지 주주총회 소집공고 보고서를 제출한 181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지난해 159곳(87.8%)보다 늘어난 163곳(90.1%)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전체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찬성률은 99.3%로 집계됐다.
총수가 있는 기업 164곳 중에서는 150곳(91.5%)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했고, 총수가 없는 기업 17곳 중에서는 13곳(76.5%)에서 100% 찬성률을 보였다. 매출 기준 30대 기업 중 비상장사 등을 제외한 14곳에서는 SK하이닉스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12곳의 찬성률이 100%였다.
이 가운데 1인당 평균 연봉이 2억원을 넘는 삼성전자(2억320만원)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현대차(1억1830만원), LG전자(1억430만원), 현대모비스(1억280만원), 삼성물산(1억4620만원) 등 억대연봉을 받는 사외이사들 역시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CEO스코어는 전했다. 금융지주(KB·신한·하나) 3곳의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도 모두 100%였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이사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안건은 사업·경영(31.3%)이었다. 전년 대비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안건은 차입·대여·보증 등 자금 관련 안건(17.2%)이다. 에너지 업종에서는 자금 관련 안건 비중이 36.5%로, 전년(17.8%) 대비 18.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유한양행(90.0%)이었다. 전체 140표 중 찬성 126표, 보류 13표, 기권 1건이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타법인 투자에 대한 안건 2개와 지분 매각에 대한 안건에 대해 내용 보완과 추가 설명을 요청하며 보류 의견이 제시됐다.
SK는 찬성률 90.7%로 유한양행의 뒤를 이었다. SK그룹은 그룹 내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전문경영인·시민단체 관련자 등 다양한 인사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장동현 SK 대표이사와 조대식 사내이사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에 대한 안건 4개에 대해 사외이사 전원이 반대했다. 정관 일부 변경에 대한 주총 안건 상정의 건, 자회사 유상증자 참여건 등에 대해서는 1명의 사외이사가 반대했다.
SK하이닉스(91.4%)의 경우 지난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운영 비용 거래 안건, SK E&S와의 거래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 전원이 보류 의견을 내고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 부결됐다. 이어 한진(92.9%), 삼성중공업(92.9%), 엔씨소프트(93.7%), 네이버(94.9%), 한국전력공사(95.1%), 케이티(95.1%), 크래프톤(97.5%)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외이사 출석률이 90% 미만인 기업은 7곳이었으며 출석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대한제강(72.7%)이었다. 이어 남해화학(84.4%), KG모빌리티(86.0%), 에스디바이오센서(87.8%), LF(88.0%) 순으로 출석률이 낮았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97.8%로, 전년(96.9%)보다 0.9%포인트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