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150배 폭리에 탈세까지…국세청, 96명 세무조사 착수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3.1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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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에 시행사 ‘사업 지연’ 취약한 점 악용
기획부동산에 저소득·고령 피해자 속출…고발 방침
국세청 안덕수 자산과세국장이 13일 오전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알 박기ㆍ무허가건물 투기하고 세금 탈루, 부동산 탈세 세무조사 착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3.13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3일 오전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알 박기·무허가건물 투기하고 세금 탈루, 부동산 탈세 세무조사 착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세당국이 기획부동산, 무허가건물 투기 등으로 세금을 탈루한 9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시행사 이자 부담이 커지는 점을 악용한 이른바 '알박기'로 폭리를 취한 투기꾼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신고자료, 등기 자료 등을 분석해 선정한 부동산 관련 탈루 혐의자 96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부동산 탈세로 인해 서민 생활에 피해가 발생하고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 기획조사에 나섰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 시행사는 사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자율이 높은 브릿지론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시행사가 '알박기'에 더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 대상에는 재개발 지역 주택·토지를 사들인 뒤 시행사로부터 거액의 명도비 등을 뜯어내고 세금을 탈루한 '알박기' 혐의자 23명이 포함됐다. 이들 중에는 취득가액의 150배에 달하는 수십억원을 용역비 명목으로 뜯어낸 사례도 있었다.

재개발 지역의 무허가 건물 양도 차익을 신고하지 않은 투기 혐의자 32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무허가 건물은 등기가 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 회계상 손실이 누적된 부실 법인 등을 끼워 넣는 등 편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자 18명도 꼬리를 잡혔다.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의 소유권을 수백분의 1로 쪼개 팔고 세금을 탈루한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도 덜미를 잡혔다.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지분은 소유권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공유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다. 특히 기획부동산에 속아 투자가치가 낮은 땅을 비싸게 살 경우 투자금이 묶여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기획부동산 피해자 중에는 연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 300~500명, 70세 이상의 고령자도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례를 보면 기획부동산 법인 A는 개발가능성이 낮은 임야를 경매 등을 통해 저가로 취득한 후 텔레마케터를 통해 개발 호재가 있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현혹했다. 해당 임야의 지분을 양도받았으나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 투자자는 사실상 투자한 돈을 전부 잃게 됐고 이들의 총 피해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법인 A는 양도차익을 줄이기 위해 타 지역 거주자나 타 근무처 상시근로자에게 사업소득을 지급한 것처럼 위장해 관련 세금 탈루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이같은 기획부동산의 조세 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바지사장'을 내세운 기획부동산은 실소유주를 끝까지 추적하고 '확정 전 보전 압류' 조치로 탈세액만큼의 조세 채권도 미리 확보하기로 했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앞으로도 서민 생활에 피해를 입히고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부동산 탈세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신속히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협업해 검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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