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따뜻한 포옹’이 당뇨병을 막아준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8 12:00
  • 호수 179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소 심박수 높으면 당뇨병 위험 2배 커져
20초간 안으면 옥시토신 분비돼 심박수 낮춰

요즘 스마트 시계로 심박수를 재는 사람이 많다. 턱뼈 아래 목에 손가락을 대도 심박수를 알 수 있다. 심박수는 심장이 1분 동안 뛰는 횟수를 말한다. 건강한 성인의 심박수는 안정 상태일 때 1분당 60~100회다. 안정 상태의 심박수란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1분간 뛰는 심장박동수를 말한다. 스마트 시계에 심박수 측정 기능까지 있는 이유는 그만큼 심박수가 심장 건강 지표로 통하기 때문이다. 

심박수를 통해 심장 문제뿐만 아니라 당뇨병 징후를 알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어났다. 평소 심장이 빨리 뛰면 당뇨병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심박수가 높을수록 당뇨병 위험이 2배 이상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지(DMJ)를 통해 발표됐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보건연구원은 40세 이상 8313명을 대상으로 안정 상태의 심박수와 당뇨병 위험을 분석한 후, 심박수가 80회 이상인 사람은 60~69회인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이 2.2배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반대로 심박수가 약 2년 동안 5회 이상 감소하면 남자는 약 40%, 여자 약 20%의 당뇨병 위험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심박수로 당뇨병 고위험군의 판별이 가능하며, 당뇨병 위험 예측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본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안정 상태의 심박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당뇨병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 필요하다. 안정 상태의 심박수가 높거나, 여성에서 심박수가 많이 증가하는 경우 당뇨병의 위험 신호가 될 수 있으니 건강검진 등을 통해 미리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우태윤
ⓒ시사저널 우태윤

“심박수 높은 것도 당뇨병 위험인자 중 하나”

당뇨병 위험은 빠른 심박수와 비례할까. 전용관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5년 성인 5870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자료를 토대로 심박수와 당뇨병·대사증후군 유병률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안정 상태의 심박수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다섯 그룹(60회 미만, 60~69회, 70~79회, 80~89회, 90회 이상)으로 분류한 후 그룹별 유병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당뇨병 유병률은 심박수가 분당 60회 미만인 그룹에 비해 70~79회 그룹은 1.4배, 80~89회 그룹은 1.8~2.2배, 90회 이상 그룹은 2.4배 높게 나타났다.

국내외에서 같은 연구 결과가 보고되자 의료계 내부에서는 높은 심박수를 당뇨병 위험인자에 포함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은 4년 동안 중국인 7만335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심박수가 10회 상승할 때마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23% 증가한다는 내용을 2015년 국제역학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면서 “심박수가 높은 것도 당뇨병 위험인자 중 하나로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당뇨병 전문가인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혈당이 오르는데, 부교감신경이 이를 억제하면서 균형을 이룬다. 이 균형이 깨져서 교감신경이 과하게 활성화되면 코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고 인슐린 분비는 감소하면서 당뇨병이 발생한다. 심박수가 높다는 것은 교감신경이 활성화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심박수가 높게 측정되면 이미 당뇨병이거나 당뇨병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심박수가 올라서 교감신경이 항진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혈당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심박수는 넓은 범위에서 당뇨병 위험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7~8시간 수면과 10컵 이상 물 섭취가 좋아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사람은 대부분 카페인에 민감한 경우이므로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 것이 낫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심박수가 높아지는데, 단시간에 심박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호흡에 집중하면 된다. 약 4초간 코로 숨을 들이쉬고 7초간 참은 후 8초 동안 입으로 천천히 내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침대나 의자에 눕거나 앉아서 눈을 감고 해변이나 산과 같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심호흡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명상 상태에서는 잡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현상이므로 억지로 생각을 지우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 생각에 집중해 빠져들지만 않으면 된다.

호흡법 중에는 발살바(valsalva maneuver) 호흡법도 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대변을 볼 때처럼 복부 근육에 힘을 준 채로 약 5초 유지하다 풀어주면서 숨을 뱉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딸꾹질할 때나 비행기 이착륙 시 귀가 먹먹해질 때, 코와 입을 막고 풍선을 불 듯 숨을 내쉬어 고막이 밖으로 밀리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호흡법은 심박수를 조절하는 뇌의 미주신경을 자극해 심박수를 낮춘다. 그러나 이 호흡법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심장질환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또 얼굴에 분무기로 찬물을 뿌리거나, 얼굴을 찬물에 담가도 심박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면 우리 몸은 ‘잠수 반사’ 반응을 일으킨다. 한정된 혈액과 산소를 심장과 뇌에 우선 공급하고 팔다리에는 제한하는 작용이다. 

장기적으로 심박수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고 싶다면 생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도 심박수를 낮게 유지하는 습관이다. 포옹할 때 피부의 감각이 미주신경에 전달되면서 옥시토신 분비량이 증가한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심박수가 떨어진다. 옥시토신은 행복할 때 많이 분비되는 이른바 행복 호르몬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되는데 과다하면 당뇨병,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코티솔에 저항력을 보이는 호르몬이 옥시토신이다. 그래서 우울,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에 옥시토신을 사용한다.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을 20초 정도 안을 때 옥시토신 분비량이 급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신경경제학자인 폴 작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1 테드(TED) 강연에서 더욱 행복하고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하루에 최소 8번 포옹할 것을 권장한 바 있다. 미국 심리치료사 버지니아 새티는 “생존을 위해서는 하루에 4번, 삶의 유지를 위해서는 하루에 7번, 성장을 위해서는 12번의 포옹이 필요하다”며 포옹의 이점을 강조했다. 포옹이라는 간단한 행위가 상대방과의 결속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신체적 그리고 정서적 건강도 증진한다는 것이다. 

심박수를 낮추는 또 다른 방법은 심장이 쉴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하루 중 심장이 쉴 수 있는 때는 수면 시간이 유일하다. 하루 7~8시간 잠을 자고 평일과 주말 모두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이 좋다. 이를 위해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부터 휴대전화나 TV를 보지 않는 편이 이롭다. 또 하루에 물을 10~15컵 마시면 심장이 혈액을 쉽게 펌프질하므로 심박수를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30~120분 후 혈압을 측정하면 5~10% 상승하고 심박수가 빨라진다. 한두 번은 몰라도 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면 평소에도 심박수가 항상 높게 유지된다.

심박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칼륨·마그네슘·칼슘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연어·대구·육류·과일·채소·콩류·유제품·바나나·아보카도 등에는 칼륨이 풍부하다.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마그네슘이 많은 음식으로는 푸른잎 채소(시금치 등), 통곡물, 견과류 등이 있다. 심장을 뛰게 하는 심장 근육 세포는 칼슘과 관련이 있는데, 칼슘이 함유된 제품은 유제품, 진녹색 채소(브로콜리, 케일 등), 정어리 등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자신의 최대 심박수는 ‘220-나이’

심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으로는 유산소운동만 한 게 없다. 하루 30분 또는 15분씩 두 차례 유산소운동으로 심장을 뛰게 하면 안정 상태의 심박수를 낮게 유지하는 데 수월하다. 유산소운동은 심장병 위험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유산소운동 강도에 신경 쓰면 더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유산소운동을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없을 정도의 중강도가 추천된다. 세계적인 의료기관인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운동의 중강도를 최대 심박수의 50~70%로 설명하기도 한다. 자신의 최대 심박수는 대체로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와 비슷하다. 가령 45세라면 최대 심박수는 175회다. 따라서 최대 심박수의 50~70%인 105회 정도로 운동하면 적당하다. 권장하는 유산소운동은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춤추기, 팔벌려뛰기 등이다. 너무 강하게 운동하면 심장에 역효과를 줄 수 있으므로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운동의 강도를 상담하는 편이 좋다. 

심박수가 만성적으로 높아 이와 같은 생활방식 개선으로도 효과가 없다면 의사와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 의사에게는 병력, 현재 복용하는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알려야 한다. 이들이 상충해 심박수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이 뛰다 멈추기를 반복하거나 2~3분 넘게 가슴에 통증을 느끼거나 기절하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심장질환의 징후일 수 있어서다. 만성적으로 심박수가 높다면 약물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안철우 교수는 “심박수를 낮추는 법은 약물 등으로 교감신경을 낮추거나 부교감신경을 올려 교감신경의 항진을 억제하는 것이다. 또 심박수를 낮추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반신욕, 명상, 아로마 요법 등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심박수를 낮춰 당뇨병 위험을 줄이는, 일종의 디지털 약인 셈이다. 또 사랑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엔도르핀이다. 이 중에 옥시토신은 포옹과 키스 등 신체접촉을 했을 때 급격히 늘어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