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현역 의원 대거 낙천에…‘슈퍼 을’ 지방의원들 좌불안석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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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재 민주당 광주·전남 공천서 현역 15명 중 11명 고배
현역 교체율 60~90%…지방의원들, 차기 지방선거 공천 걱정
“주민보다 공천권 쥔 국회의원 눈치봐야하는 정당공천제가 문제”

4월 총선을 앞두고 텃밭인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낙천한 현역 국회의원에 줄섰던 지방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밀었던 현역 의원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대거 패배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장래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얼씬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본선 당선이나 다름없는 지역의 정치지형에서 지방의원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주군격인 현역 의원의 생사 여부가 ‘갑을’ 관계인 광역·기초의회 의원의 정치생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지방의원 정당공천제가 시행되고 있는 현행 지방자치제에서는 보통 국회의원은 본인 지역구 시·군·구의원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지방의원이 지원한 후보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향후 지방선거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독이 될 것이란 예상쯤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가 일각에선 중앙정치 예속화를 부추기는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4월 총선 더불어민주당의 텃밭 광주·전남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낙천한 현역 국회의원 편에 줄섰던 지방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차기 지방선거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밀었던 현역 의원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대거 패배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장래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어서다. 광주시의회 본회의 모습 ⓒ광주시의회
4월 총선 더불어민주당의 텃밭 광주·전남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낙천한 현역 국회의원 편에 줄섰던 지방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차기 지방선거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밀었던 현역 의원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대거 패배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장래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어서다. 광주시의회 본회의 모습 ⓒ광주시의회

‘새 술은 새 부대에’…지방의원 정치생명에 ‘적신호’ 

14일 현재 광주·전남 전체 선거구 18곳(광주 8곳·전남 10곳) 중 광주 8곳과 전남 7곳의 공천을 마쳤다. 나머지 전남 3곳에서 현역과 비현역이 경선과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그간 현역 의원들은 자신의 텃밭인 지역구에서 공천장을 거머쥐기 위해 도전자와 ‘험지’ 수준의 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광주의 경우 8곳 선거구 중 7곳에서 현역 의원들이 고배를 마셨다. 광산을만 친명계 현역 의원으로 꼽히는 민형배 의원이 이겼다. 민주당 전체 현역 교체율이 30%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광주지역 물갈이 폭은 90%로 3배가량 높은 셈이다.

현역 교체 분위기는 전남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14일 현재 경선 결과가 발표된 7곳 중 현역 3명, 비현역 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현역 교체율이 60%에 육박하고 있다.   

12일 발표된 전남 1차 후보 경선 결과 목포, 고흥·보성·장흥·강진,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등 3곳 가운데 2곳에서 도전자들이 현역 의원들을 제쳤다. 13일 오후 발표된 5개 선거구에 대한 2∼3인 경선에선 여수 갑만 현역이 도전자를 물리친 반면 여수 을과 해남·완도·진도 등 2곳에서는 비현역이 승리했다. 나머지 2곳과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은 결선투표에서 본선 진출이 결정된다. 담양·함평·영광·장성 선거구는 경선 없이 이개호 현 의원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이처럼 현역 의원들이 예선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지지했던 지방의원들의 정치생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물론 다른 후보를 지원한 모든 지방의원이 의정활동 등 역량과는 무관하게 ‘교체 대상’이라고 단정적으로 규정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과거 전례를 무시할 수 없다. 후보자를 근거리에서 지원한 정치인들이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또 경선 승리 후보자가 본선에서 원팀을 강조하고, 지방의원 역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자세이지만 새 후보자 마음을 사기가 쉽지 않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를 바라는 후보자 입장에서도 경선 과정에서 적진에 있었던 도의원과 시·군·구 의원들이 미덥지 못하다. 

지역구 국회의원, 심지어 지역당협위원장 입장에서도 ‘누가 자신의 수족으로 절대 충성할 사람인가’와 ‘누구를 공천주면 나의 이해관계에 부합 하는가’가 최고의 공천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지배적인 견해다. 기초의원 경우 국회의원들이 총선 때 활용이 용이해 제사람 심기에 혈안이 돼 상당수가 무늬만 경선이지 낙점해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 후보 선출의 경우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전남의 한 군의원은 “기초의원은 표밭을 일구는 최전방 세포조직이다”며 “총선에 나오는 후보 모두 차기 총선이나 원만한 의정활동 등을 감안한다면 지방선거 때 본인 도와준 사람에게 자리(공천)를 주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도 “정당마다 공천관리심사위원회가 있지만 지방선거 때만 되면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공천을 따낸다”고 말했다. 

4월 총선 더불어민주당의 텃밭 광주·전남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낙천한 현역 국회의원 편에 줄섰던 지방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민주당 경선에 나선 전남의 한 예비후보가 지지자와 주민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페이스북
4월 총선 더불어민주당의 텃밭 광주·전남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낙천한 현역 국회의원 편에 줄섰던 지방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민주당 경선에 나선 전남의 한 예비후보가 지지자와 주민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페이스북

총선 예비후보 좇기 바쁜 지방의원들…기초의회 ‘개점휴업’ 

과거 지방선거 성적표를 보면 광주전남 선거에서 지역 맹주인 민주당 공천 없이 무소속으로 당선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초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가 아닌 국회의원 총선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 다수 국회의원은 지방선거 때 지역구 내 광역·기초의원 후보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갑(甲)’이다. 이는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차기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의원 또는 당협·지역위원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다음 공천을 바라는 ‘슈퍼 을(乙)’ 지방의원으로선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 

광주전남 시·도의원과 군·구의원들도 대부분 현역 국회의원이 나서는 주요 일정을 챙기며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구 의원이 해당 지역을 돌며 주민과의 만남 등 행사를 가질 때면 대부분이 동행하며 ‘얼굴도장 찍기’에 바쁘다. 지방의원들이 총선에 출마한 지지 후보를 돕기 위해 지방선거 당시 자신이 신었던 '운동화'를 다시 꺼내 들고 끈을 동여매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로 인해 4월 중순까지 지방의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가에선 이 같은 폐해의 원인으로 지방의원 선출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지방의원 선출은 정당 공천제로 이루어지기 있기 때문에 중앙 권력예속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지방의원 정당 공천제의 개혁과 혁신 없이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은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의 한 전직 시의원은 “지방의원이 주민들보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라며 “장·단점이 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정당공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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