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공 모드 돌입한 尹 “의료 개혁, 국민의 명령”…루비콘 강 건너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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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사직’ 교수들 향해 “의사·스승 본분 지키지 못해” 비판
“의사들 눈치 보며 마음 졸이는 게 제대로 된 나라냐”
후속절차 가속도…대통령 직속 특위 구성에 정원 배분도 곧 발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시한이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도 대응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연이틀 의료개혁을 언급하며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는 증원 배정 발표와 대통령 직속 특위 설치 등 후속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계적 접근·증원 연기로는 의료개혁 추진 못 해

의료공백이 한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를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렸다”며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집단 사직을 결의한 의대 교수들을 향해 직격탄을 던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의료개혁이 국민을 위한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며 “증원을 늦출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증원이 필요하고 매년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의료 대란 등 갈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매년 국민들이 의사 눈치를 살피면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인가”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날보다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내며 의사들을 향한 강경 대응 기조에서 물러설 뜻을 없음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의료진 간담회를 통해 “(의대) 증원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고수하지 마시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들을 설득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는 핵심 사안은 결국 ‘2000명 증원’이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정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증원 규모 수정에 대해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18일)”, “단계적 접근이나 증원 연기로는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지역과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는 의료개혁을 결코 추진할 수 없다(19일)” 등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내놓으며 협상할 뜻을 없음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의료개혁 문제를 지속적으로 직접 챙길 뜻도 밝혔다. 내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밝힌 윤 대통령은 “특위에서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대표, 전문가들과 함께 의료개혁 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며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들도 참여해서 투쟁이 아닌 논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한 강의실에서 교수와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한 강의실에서 교수와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복지부 장·차관, 공수처 고발 당해직권 남용 혐의

정부도 이에 발맞춰 후속절차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에게 의사면허 3개월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들은 행정소송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첫 의사 면허 정지 사례가 나오면서 향후 정부의 ‘무더기’ 징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원 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결과도 오는 20일 발표한다. 증원된 정원은 비수도권에 80%(1600명), 수도권에 20%(400명)가량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관련 배정위원회는 지난 15일 본격 가동됐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이나 일정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의 압박 수위가 한층 고조된 가운데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미생모)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의 법률지원단 아미쿠스메디쿠스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직 의사를 밝힌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임현택 미생모 대표는 고발장 제출에 앞서 “직권을 남용해 전공의 휴식권, 사직권, 강제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잘 돌아가던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총선에 이용하려는 나쁜 의도로 이 사태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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