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의정 갈등…‘4월 투쟁’ 벼르는 의협 차기 회장후보들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0 15: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기회장 후보 전원 “의협 대표성 재건해야” 공감대
정운용 外 모두 ‘증원 반대’ 강경파 “물러날 생각 없어”
전공의 집단행동이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이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부가 의대별 2000명 증원 배분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새 회장을 뽑는 선거를 치른다. 차기 의협회장 후보 대다수가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어 ‘4월 의료대란’의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이날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제42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회장 후보는 5명이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부산·경남 대표다.

이날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회장 후보들 모두 의협 대표성을 재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협은 의정 대립의 최전선에 서있지만, 의료계 안팎으로 대표성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 사실상 개원의 중심 단체로 집단행동의 명분이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최근 주수호 대표의 음주운전 사망사고 논란이 여론의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도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의협 고위관계자는 주 대표 관련 내부 분위기에 대해 “매우 안좋다. 사건 내용 자체가 치명적이라 의협 측이 (논란에 대해) 대응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 대표 선거캠프에서 이탈한 지지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운용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의협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사고 대응이 늦고 자정을 못한다’ 등 비판이 난무한 가운데 투쟁 동력마저 불명확하다”면서 “의료계 내부 공론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첫 과제”라고 말했다.

임현택 회장은 “(회장으로 선출되면) 의협이 전공의와 의대 교수, 개원의 등 14만 의사 전체에 대한 대표성을 회복할 것”이라며 “각 구성원 뜻을 반영해 원만한 투쟁이나 논의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바른 주장을 했다”며 “국민들도 시일이 갈수록 의사들 주장이 맞다고 느끼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인숙 전 의원(의협 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도 “대표성을 잃고 곪아 터진 의협의 자정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이 20일 오전 의료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이 20일 오전 의료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투쟁 외치는 후보들 “물러서지 않을 것”

이날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의협회장 후보들 중 상당수가 ‘대정부 투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의협의 대표성을 되찾고 정부 정책에 대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가 3개월 면허정지를 통보한 박 회장은 “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교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전공의들은 현재 집단행동을 하고 있지도 않다”며 “정부 상대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 장·차관 해임·고발 조치 여부에 대해) 의협에서도 관련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며 “특히 박민수 차관 관련 지적이 상당하기에 향후 더 논의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새 회장이 되면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정부와의 강대강 대치를 끝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도 이날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면서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한 임 회장은 ‘전국의사총파업 진행 의지’를 내비쳐왔다. 임 회장은 “박명하 회장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은 무소불위 수준”이라며 “제가 회장이 되면 두 간부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건 정운용 대표뿐이다. 정 대표는 “의사 수 확대는 국립의대나 지역의사제 등 공공의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도 없이 2000명 규모를 못 박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장 논의가 어려워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해야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울면서도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보 후퇴를 제안했다.

한편, 의협 회장 선거는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시 다득표자 2명을 두고 25일 결선투표가 진행돼 26일 오후 최종 당선자가 나올 예정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의대 정원 논쟁에서 의협회장 선거 결과가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