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규 교수 (경남 고성) /“고향에서 참 삶의 꿈 실현했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9.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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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진정한 휴식과 편안함을 주는 것은 자연이다. 한가위를 맞아 고향으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야트막한 산과 너른 들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시사저널>은 추석을 맞아 팍팍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생명의 본향을 찾아 시골로 간 유명 인사들을 찾아보았다.

ⓒ뉴스뱅크

‘한국학의 석학’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78)의 현직은 ‘지리산고 전임강사’이다. 김교수는 매주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학교를 찾아가 무료로 논술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대학원을 다니던 20대 초·중반 무렵 중·고등학교 교사를 3년 정도 했다. 젊은 시절 가장 보람된 기억이다. 나이가 들어 다시 해보자는 생각에 자청해서 ‘나 좀 받아달라’고 부탁을 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국문학자이자 민속학자인 김교수는 이순을 앞둔 1991년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돌아왔다. 젖먹이 시절 떠난 고향이지만,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방학이면 찾던 곳이다. 그는 “아름다운 고향에 늘 사무쳐 있었다. 어머니께서도 돌아가시기 전 밤낮 고성으로 돌아가자고 하셨다. 또 국문학을 가르치면서 자연을 그토록 칭송해놓고, 언제까지 모른 척할 것이냐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고향으로 내려온 지 2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서울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단 한 차례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일과는 변함이 없다. 잔디를 가꾸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전부이다. 직접 텃밭에다 고추나 토마토, 오이 등을 가꾸는데 밭일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다. 같은 생활이 반복되면 단조롭지는 않을까. 김교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심심할 틈이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년의 즐거움>을 출간한 그는 귀향을 통해 “나이 들어 바라던 삶의 참모습, 그 꿈을 실현했다”라고 밝혔다.

수필집 <공부>도 펴냈다. 김교수는 “공부라는 것은 책을 읽고 글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을 갈고 닦는 자기 창조이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준비에 매달린다는데, 이보다 정신과 영혼, 교양과 인품을 기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리산고에서 가르치는 논술도 글을 통해 자신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두고 강의를 한다.

최근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총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자치기나 제기차기 등의 아이들 놀이가 있다. 김교수는 “그동안 한국학이 현실 생활과 맺어진 부분을 소홀히 대한 측면이 있다. 주로 문헌 중심이었다. 이제는 생활을 인문학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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