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스포츠인 / ‘오뚝이’ 류현진 2년 연속 정상에 우뚝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4.09.02 14: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퇴한 박지성·김연아, 2·3위 올라 건재 과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고통받던 국민들은 박찬호의 선전을 보며 시름을 달랬다. 국민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박찬호의 시원한 투구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주먹을 불끈 쥘 수 있었다. 2014년의 대한민국은 1990년대 후반처럼 스포츠 스타의 위로가 필요할 만큼 우울하다. 세월호 참사,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등 각종 사고가 잇따랐고 국민은 큰 슬픔에 잠겼다. 국론은 분열되고 갈등은 폭발했다.

15년 전 박찬호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류현진(27·LA 다저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DL)에 오르며 공백을 보였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최근 오른쪽 엉덩이 근육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내셔널리그 다승왕 경쟁에 뛰어드는 등 각종 기록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류현진이 2년 연속 ‘한국을 움직이는 스포츠 스타’ 1위에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류현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지성·김연아를 누르고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에 뽑혔다.

ⓒ AP 연합
독일 레버쿠젠 손흥민 4위

류현진은 올 시즌 많은 일을 겪었다. 개막전이 열린 지난 3월부터 각종 악재가 잇따랐다. 그는 3월23일(한국 시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오른발 엄지발톱이 들리는 부상을 입어 한동안 투구를 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첫 번째 부상을 이겨내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발톱 부상으로 투구 시 몸의 균형이 흔들려 제구력 난조에 시달렸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호투를 계속했다. 고국에 대한 생각도 잊지 않았다. 4월21일엔 LA 현지에서 세월호 사고 자선 사인회를 개최하고 기부금 1억원을 쾌척했다. LA 다저스타디움에 모인 미국 현지 팬들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위해 묵념했다.

4월 말에는 두 번째 악재를 만났다. 골격근(등 부위 근육)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부상을 당했던 그 부위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씩씩했다. 재활하는 동안 오히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해 돌아왔다. 다저스의 릭 허니컷 투수코치에게 컷 패스트볼(류현진은 고속 슬라이더라고 부른다)을 배워 장착했고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와 빅리그를 휩쓸었다.

5월2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선 8회 첫 타자 때까지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현지 외신은 긴급 속보를 띄우며 류현진의 퍼펙트 도전을 실시간으로 알렸다. 류현진은 8월1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투구 도중 오른쪽 엉덩이 근육 통증을 호소한 후 올 시즌 두 번째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며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13승 5패 방어율 3.28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지구 1위 순항을 이끌고 있다.

류현진의 스토리와 활약상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투표에서 628표를 얻어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분야별 투표에서도 류현진은 수위를 휩쓸었다. 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인·문화예술인·종교인 모두 류현진을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1위로 꼽았다. 행정 관료(박지성)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은퇴 선수가 차지했다. 끊임없이 이슈를 몰고 다니는 박지성과 김연아가 2위, 3위에 올랐다. 박지성은 514표를 얻었다. 박지성이 2위에 오른 이유는 그가 열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은퇴 발표 이후에도 각종 자선대회를 이어갔다. K리그 올스타전에선 직접 선수로 뛰며 옛 스승 거스 히딩크 감독과 재회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월드컵 감독을 지낸 홍명보는 월드컵이란 호재가 있었음에도 본선에서 졸전을 펼진 결과 10위에 그쳤다.

평범한 20대로 돌아온 김연아는 476표를 받아 3위에 올랐다. 아이스링크는 떠났지만 여전히 대중과 호흡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리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스포츠의 해 2014년, 야구·축구 강세

4위는 새로운 얼굴이 차지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공격수 손흥민(127표)이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손흥민은 화려한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로 전 세계 축구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돌아가서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2~4위를 차지한 박지성·김연아·손흥민은 모두 연애 스캔들에 올랐다는 점이다. 박지성은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 열애 끝에 결혼했고, 김연아는 아이스하키 선수 김원중과, 손흥민은 걸그룹 걸스데이 민아와의 열애를 인정했다. 이들의 연애가 뉴스가 될 만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내려온 5위(119표)에 머물렀다. 그는 지난겨울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83억원)의 대형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었지만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추신수는 올 시즌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2, 홈런 13개, 타점 40개를 기록했다. 8월26일엔 텍사스 구단이 추신수의 왼쪽 팔꿈치 수술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추신수의 뒤를 이어 박태환·박찬호·차범근·박인비·홍명보가 10위권에 랭크됐다.

올해는 대형 스포츠 행사가 많다. 지난 2월 개최된 소치동계올림픽을 비롯해 브라질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 등이다. 하지만 ‘2014년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명단에서는 전통의 인기 스포츠인 야구·축구 선수가 여전히 두각을 나타냈다.

야구에선 류현진·추신수를 비롯해 박찬호·이승엽(삼성)·이대호(소프트뱅크)·박병호(넥센)·선동열(KIA 감독)이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에선 박지성·손흥민 선수와 차범근·홍명보 전 감독을 비롯해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KBS), 기성용 선수(스완지시티), 정몽규 회장(대한축구협회) 등이 꼽혔다. 골프 선수도 박인비·박세리·최경주 등 3명이 20위권에 들었다.

반면 다른 종목 스포츠 스타들은 드물었다. 현역 선수로는 박태환과 손연재만이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심석희 등은 30위권 밖에 머물렀다. 농구·배구 등 겨울 스포츠 스타 중엔 농구의 허재 감독(KCC), 배구의 김연경 선수(페네르바체)가 2표를 받는 데 그쳤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