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허벅지에 칼 두 방” 황상무 대통령실 수석 ‘회칼 테러 사건’ 언급 논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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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식사 중 “MBC 잘 들어”라며 사건 꺼내…KBS 기자 출신
이준석 “정권 입맛 안 맞음 칼로 찌르는 게 尹 언론관인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 기자 출신인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4일 MBC 등 출입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과거 ‘군 정보사 오홍근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1988년 월간지에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연재하던 오 기자가 군 정보사 군인들이 휘두른 칼에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전날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이날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 점심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후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황 수석의 이 발언은 여러 현안을 언급하다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MBC는 보도했다. 당시 오아무개 기자는 회칼 습격을 받고 허벅지가 길이 30cm, 깊이 4cm 이상 찢겼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8월6일 중앙일보 자매지였던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 오 기자에게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대검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사건이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정보사 예하부대 현역군인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오 기자가 월간중앙 1988년 8월호에 기고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정부 비판적 칼럼에 불만을 품고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수석의 이날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논란’ 보도 등을 두고 정부와 줄곧 갈등을 겪고 있는 MBC를 상대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직접 내놓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황 수석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도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MBC는 보도했다. 이어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순 있지”라며 북한 개입 가능성을 말하면서도 “다만 증거가 없으면 주장하면 안 된다”는 말로 마무리했다고 전해졌다. 전날 국민의힘은 과거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대구 중남구 후보를 공천 취소 결정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야당에선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문제 삼으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 밤 SNS를 통해 “황상무 수석, 식사를 겸한 기자들과의 간담회가 동네 호프집 대화 수준이어서야 되겠나”라며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회칼로 찌르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언론관인가”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게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기자 앞에 두고 할 농담인가”라며 “황 수석 본인도 언론인 출신인데, 그 말이 위협으로 들릴지를 판단하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5‧18 언급에 대해서도 “5.18에 대한 인식은 더 황당하다. 지긋지긋한 5.18 배후설”이라며 “대통령께서 극우 성향의 유튜브를 즐겨 보신다고 유튜브 진행자가 주장하더니, 그걸 따라 정부 인사 모두 극우 유튜브의 개똥철학을 국정 기조로 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 역시 SNS를 통해 황 수석 관련 기사를 언급하며 “권력의 정점에 선 자가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을 수 있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한국이 독재화 되고 있다’는 국제연구보고서는 정확했다”고 밝혔다.

한편 황 수석은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강승규 전 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1991년 한국방송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와 통일부·정치부와 뉴욕 특파원, 사회부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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