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불량품' 양문석 운명은? 이해찬 “그대로” 김부겸 “더 보호 못 해”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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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비하’ 양문석 거취 두고 이재명·이해찬 vs 김부겸 이견
박용진 공천 승계로도 입장차…당내 친문들도 ‘공개 반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이해찬,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왼쪽부터) 이해찬·이재명·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함께 앉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사이 박용진 의원의 공천 승계 건에 이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이 불거진 양문석 후보의 거취를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는 양 후보의 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양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양 후보가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하한 데 대해 16일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고 일축했다. 그는 경기 하남시 신장시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했다고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 욕 많이 하시라. 안 보는 데선 임금 욕도 한다”라고 두둔했다.

이해찬 전 대표도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양문석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 요구가 많다’는 질문에 “선거 때는 그런 것(양 후보 논란)에 흔들리면 안 된다. 그대로 가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와 입장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부겸 전 총리는 ‘막말 논란’에 따른 중도층 이탈 우려를 제기하며 양 후보를 향해 사실상 결단을 촉구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예정된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장 앞에서 양 후보를 만나 “지금 스스로 수습할 수 있는 것은 당신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여기서 새로운 게 뭔가 더 나오면 그건 우리도 보호 못 한다”고도 경고했다. 김 전 총리가 ‘스스로 수습’을 이야기한 것은 양 후보의 자진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는 전날에도 입장문을 내고 “양문석‧김우영 등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있다. 다시 한 번 검증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한 바 있다.

앞서 이들은 박용진 의원의 서울 강북을 ‘공천 승계’ 건을 두고도 견해차를 드러냈다. 김 전 총리는 전날 입장문에서 “정봉주 후보의 공천철회 결정은 잘한 일이다. 그런데 박용진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심히 염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어떤 경기에서도 승부가 났는데 우승 후보가 문제됐다고 해서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는 않는다”며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 돼도 차점자를 올리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해찬 전 대표가 선거에서는 승자와 패자만 있지 2등은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말하며 이 전 대표도 사실상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선대위 ‘쓰리톱’ 사이 계속해서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당 안팎 친문(親문재인) 인사들도 양 후보를 감싸는 이재명 대표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비판 메시지를 내고 있다.

공천 갈등 속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것이다. 대통령님의 손을 두 번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극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정세균 전 총리도 전날 입장문에서 “노무현의 동지로서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건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양 후보에 대한)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친노 적자로 불린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SNS에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위기를 넘어 민심의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 당은 결단을 내려달라”고 적었다.

한편 양 후보는 오는 18일 봉하마을을 찾아 사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 참석 후 “노무현 대통령 유가족과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양문석이 이대로 계속 가야 되는지 멈춰야 되는지 전 당원 투표를 당에서 결정한다면 그것 또한 감수하겠다”며 “내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릴 것이고, 제 사퇴 여부 또한 당원들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양 후보가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한 언론 매체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란 내용의 칼럼을 기고한 것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파장이 커지자 지난 16일 양 위원장은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노 전 대통령을 향해 과거 “악취 섞인 발언에 질식할 것 같다”는 등 또 다른 비하 발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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