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갈등 봉합될지 주목…이종섭 불씨 여전
윤석열 대통령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20일 대통령실 대변인실이 발표했다. 이른바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지 엿새 만이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지 사흘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 공지로 “윤석열 대통령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를 포함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1988년 정보사 군인들이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던 오홍근 기자에게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 배후 의혹 등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황 수석의 발언 사실이 보도되자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가 즉각 반발하며 경질을 요구했다. 이에 황 수석은 지난 16일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한 차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 대통령실의 추가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논란은 점점 거세져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고,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황 수석 거취 압박이 이어졌다. 황 수석 발언이 수도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자 지난 17일 한동훈 위원장도 공개적으로 황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황 수석은 자신의 거취 논란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사퇴를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 수석이 언제 윤 대통령에게 자진 사퇴 의사를 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날 황 수석의 사퇴로 당정 갈등이 고비를 넘기게 될지는 미지수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 중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대사 부임 논란이 ‘뇌관’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권 안팎에선 이 대사 논란을 황 수석 건보다 더욱 심각한 ‘용산발 악재’로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 대사에 대해서도 즉시 귀국할 것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의원들도 한 위원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 대사 교체는 물론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당내서 나오고 있다.
다만 여기에 윤 대통령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 대사 인사엔 문제가 없었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소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와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전날 한 위원장이 “(이 대사 즉시 귀국)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한 번 더 쐐기를 박으면서 갈등은 확대됐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석열계는 이러한 한 위원장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편 이 대사는 전날 공수처에 자신의 조사 기일을 지정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사 임명과 출국 논란이 계속되자 이 대사 측이 공수처에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공수처는 수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대사의 소환 기일을 당장 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