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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탄핵'은 이처럼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비선실세 의혹부터 탄핵 가결까지…이제 헌재 결론에 주목

조유빈 기자 ㅣ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2.09(Fri) 16: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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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총 투표수 299표 중 가 234표, 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서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됐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으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에 참가해 234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56표였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기권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9일 오후 3시23분쯤 투표에 들어가 시작한 지 30분만인 3시53분에 종료돼 개표에 들어갔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두 번째다.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은 이제 헌법재판소가 쥐게 됐다.​ 

 

탄핵의 서막은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유출 사태로 열렸다. 이른바 비선 실세 의혹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세계일보는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 직후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은 세계일보 기자 등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년 뒤인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떠오르자, 당시 세계일보가 확보한 문건 속에 비선 실세로 최순실씨가 지목된 내용이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이번 탄핵안에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 탄압 의혹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작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었지만 그 끝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마무리 된 셈이다.

 

 

#1. 미르․K스포츠 재단, 그리고 최순실의 등장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27일 설립됐다. 그리고 19개 대기업에서 486억원이 모금됐다. 2016년 1월13일 미르재단과 똑같은 정관과 조직을 가진 K스포츠재단이 설립됐다. 이곳도 288억원을 대기업에서 모금했다. TV조선이 먼저 재단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7월26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에 돈을 내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최초로 보도했다. 9월20일 한겨레신문은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꺼내들었다. 스포츠재단 설립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선 실세 의혹이 본격적으로 떠올랐다. 이때는 이미 최순실씨가 독일로 출국한 이후였다.

 

9월21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씨가 우병우 민정수석-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순실씨의 딸과 관련한 의혹들도 속속 등장했다. 9월27일 한겨레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이틀 뒤인 29일에는 이화여대 학칙 개정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날 시민단체는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파행을 겪었다. 새누리당은 7월부터 제기된 비선실세 의혹을 ‘정치공세’로 몰아가면서 최순실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반대했고 결국 국감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 시사저널 박정훈


10월18일 경향신문은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에게 최순실 독일 비밀회사 ‘비덱’에 80억원을 투자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놨다. K스포츠재단이 재벌들로부터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자금을 지원받아 최씨 일가 회사에 운영을 맡기려 한 것이다. 비덱의 주주 명부에는 최순실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 최씨의 딸인 정유라 두 명의 이름만 올라있었다.

 

10월19일에는 정유라씨에게 입시 및 학사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임했다. 최 전 총장은 사임하며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해 입시와 학사관리에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화여대는 12월2일 정유라씨를 퇴학 처리하면서 입학을 취소했으며, 특혜를 준 전 입학처장 등 5명을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최경희 전 총장의 징계는 검찰 수사가 종료되면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2.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 “최순실이 No.1?”

 

본격적인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최순실씨의 측근인 고영태씨의 인터뷰가 시발점이었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고치기를 즐겨한다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백미는 10월24일 최순실씨가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플릿 PC를 JTBC가 입수해 보도한 장면이다. JTBC는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를 미리 열람·수정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사실로 확인되는 보도들이 하나 둘 터져 나오자 청와대가 움직였다. 박 대통령은 10월25일 첫 번째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녹화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최씨의 ‘연설문개입’을 인정했다. 

 

10월27일 검찰은 최순실씨 의혹과 관련해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설치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수본을 꾸렸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철저히 수사해 신속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10월29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의 청와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는 국가기밀을 이유로 대며 거부했다. 

 

ⓒ 연합뉴스


국정농단 파문 이후 첫 주말인 10월29일, 민심이 들끓었다. 청소년단체인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한국청년연대도 ‘박근혜 하야하라 분노의 행진’을 진행했다. ‘모이자!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집회’의 이름으로 열린 제1차 촛불집회에는 3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10월30일 박 대통령은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청와대 2차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은 사무실 진입대신 요청한 자료가 든 상자 7개 이상을 임의제출 받았다. 

 

11월3일 검찰은 10월30일 입국한 최순실씨를 구속했다. 다음날인 4일,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조사와 특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11월 1주차 박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5%를 기록했다.

 

 

#3. 담화 발표할 때마다 폭발하는 민심

 

2차 담화 이후 민심은 더욱 폭발했다. 11월5일 2차 촛불집회에서는 20만명, 11월12일 열린 3차 촛불집회에서는 100만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11월15일에는 박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 시절인 2011년 초부터 차움 의원을 이용하면서 ‘길라임’이라는 드라마 여주인공 이름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발언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11월17일 일명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수사 인력만 최대 65명, 총 105명 규모의 ‘슈퍼특검’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의원 220명 가운데 찬성 196명, 반대 10명, 기권 14명으로 가결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11월19일에는 전국에서 100만 명이 모인 대규모 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11월20일 검찰은 최순실씨 등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대통령 공모’ 부분을 적시하고 대통령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의 모든 범죄 혐의에 대통령도 함께 가담했다는 뜻이었다. 2015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측근을 KT에 채용하도록 지시한 사실과, 안종범 전 수석을 통해 최순실씨 운영 광고회사 자료를 현대차에 전달해 납품을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11월22일에는 비아그라가 등장했다. 비아그라를 포함한 여러 의약품을 청와대가 구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비아그라를 고산병 치료제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11월26일 서울에서 150만명이 모인 대규모 5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폭발한 민심을 보여줬지만 11월28일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대면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이미 사의를 표명했던 김현웅 법무장관의 사표가 수리됐고,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는 반려됐다.

 

11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3차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큰 잘못이며,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가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11월30일 일명 ‘슈퍼특검’의 특검으로 박영수 변호사가 임명됐다. ‘박영수 특검’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며 항명해 좌천됐던 윤석열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임명했고 특검보 4인과 파견검사 명단까지 확정되면서 사실상 출항단계에 진입했다.

 

 

#4. 탄핵 발의와 청문회, 그리고 가결

 

12월1일 박 대통령은 모처럼 외출했다. 11월30일 화재로 점포 800여 곳이 전소되는 대형 피해를 입은 대구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했지만 오히려 지탄 받았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지 10분 만에 자리를 떠났는데 여기에 배신감을 느낀 상인들과 박 대통령 지지자 간의 언쟁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이 방문하기 직전 청와대 측에서 “소방호스를 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12월3일 야3당 원내대표 발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발의에 참여한 인원은 민주당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6명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한 주 앞둔 12월3일에는 역대 최고 규모의 촛불이 밝혀졌다. 전국에서 232만명이 모인 6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 사진공동취재단


12월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재벌그룹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청와대의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보고 받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세월호 7시간 의혹’ 중 90분에 관해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머리 손질에 할애했다는 내용이었다. 

 

12월8~9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청와대 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압박도 시작했다. 여야도 각자의 표계산과 표단속으로 분주한 이틀을 보냈다. 그리고 12월9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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