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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이 아이들 위협해도 교육부는 여전히 ‘뒷짐’

권고 기준 느슨하게, 측정 결과 취합도 ‘설렁설렁’

김종일 기자·박소정 객원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4(Fri) 14:36:03 |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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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책과 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는 그 정부의 가치를 담게 된다.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 수도 있고 생명과 안전을 중시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항상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교육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교육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런 포부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교육부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라돈 문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후순위로 미루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라돈 문제가 아이들의 호흡기 질환에 직결될 수 있는데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보다 한참 느슨한 기준을 고집한다. 측정과 점검, 후속대책 등은 모두 일선 현장에 미루고 사실상 손 놓고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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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이중 기준’에 교육 현장 혼란 가중

 

교육부의 안이한 인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은 라돈 농도에 대한 기준이다. 정부는 현재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에 의거해 일선 학교의 실내 라돈 기준치를 148베크렐(Bq)/㎥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기준치를 훌쩍 상회하는 600Bq/㎥을 넘길 경우에만 시간대별로 정밀 점검하는 2차 측정과 시설개선 같은 저감 조치를 실시한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이중 기준 때문에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148Bq/㎥이 넘어도 600Bq/㎥만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얘기인데 솔직히 저희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저감 조치를 취하라는 학부모들의 항의는 빗발치는데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저감 설비 도입은 일종의 예산 낭비가 되는 셈” 등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600Bq/㎥ 기준’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교육부는 이 기준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2010년도 연구결과를 준용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연구용역을 토대로 마련했다. 교육부는 “연구용역 제안에 따르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라돈 흡입에 따른 연간 유효선량을 연평균 1000Bq/㎥ 이하로 제시하고 있다”며 “학교의 경우 성장기 학생을 고려해 보수적인 관점에서 기준치를 600Bq/㎥로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더 느슨한 기준치를 적용할 수도 있었지만, 성장기 학생의 취약성 등을 고려해 보수적인 기준치를 적용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기준은 과연 아이들의 안전을 얼마나 담보할까. 시사저널이 만난 전문가들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이재성 실내라돈저감협회장은 “교육부는 600Bq/㎥이란 논리를 만들기 위해 라돈 노출 대상자를 일반인이 아닌 원전 작업자로 한정한 것은 물론, 학교 바깥인 집 등에서 노출되는 라돈 값을 제로(0Bq/㎥)라고 가정해 계산했다”며 “한마디로 교육부가 느슨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연구결과를 취사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강건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시설개선 등 저감조치의 기준인 600Bq/㎥이란 수치는 꽤 느슨하다”며 “건강을 기준으로 했다기보다는 예산 등 경제적인 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지금 기준치인 148Bq/㎥이 담배 8개비를 흡연하는 정도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데 교육부의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고 비판했다.

 

원자력공학 전문가는 어떻게 판단할까.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방사능에 취약한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예산 등 현실의 어려운 조건을 아무리 감안해도 최소한 지금의 절반 수준인 300Bq/㎥ 정도가 적당한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학부모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라돈의 위험성을 알게 되면 당장 학교로 쫓아올 것”이라면서 “고농도 라돈이 검출된 학교에는 과잉 조치라고 할 만큼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고 있는 라돈 권고 기준치는 100Bq/㎥이다. 1996년 WHO는 라돈 기준치를 1000Bq/㎥로 제시했지만, 최근 연구 자료를 토대로 실내 라돈 방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허용 기준치를 100Bq/㎥로 새롭게 제시했다. WHO는 만약 각국 사정상 이 기준을 맞출 수 없는 경우에도 300Bq/㎥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WHO의 권고는 한국환경공단이 2016년 발간한 ‘실내 라돈 관리’ 보고서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정부 스스로 소개한 권위 있는 국제적 기준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고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라돈 기준을 관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WHO 기준치 최근 낮췄지만 교육부는 ‘수수방관’

 

라돈 측정부터 정보 취합, 저감 조치 등 일련의 라돈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학교 관계자들은 현재 교육부의 라돈 측정 방식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무엇보다 학교 교실을 전수조사하지 않고 일부 교실만 취사선택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지상 2층 이상의 교실은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측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갖고 있다. 박경북 김포대 보건행정과 교수는 “라돈이 1층 이하에서만 위험하다는 정부의 인식은 틀렸다. 건축자재 등의 영향으로 고층에서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지 않다. 시사저널이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의 협조를 얻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라돈 측정 결과를 요구하기 전까지 교육부는 제대로 된 정보 취합 역할도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 시사저널이 의원실을 통해 전국 단위의 자료 요구를 해야만 마지못해 각 시·도교육청에 라돈 측정 결과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는 작년에 실시한 사립유치원의 라돈 측정 결과는 아직까지 취합도 못한 상태다.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았으니 당연히 부처 차원의 대책은 있을 수가 없다. 설사 취합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거나 알리지 않았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부처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방자치의 취지를 생각해 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저감 조치에 있어서도 교육부는 무엇이 효과적인 대책인지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라돈 서비스 업체 및 기술 인력 관리를 위한 숙련도 검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해당 검사에 합격한 서비스 제공업체의 목록을 공개하고 이용을 권장하는 미국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컨트롤타워’인 교육부가 라돈 대책에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1급 발암물질인 라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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