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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사범 100만 명, 사회화 가능성은 제로”

[인터뷰]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 “중독자 검거에만 급급한 정부, 치료와 예방 우선해야”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3(Tue) 11:00:00 | 1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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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6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이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마약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전국 각지에서는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민관 합동 캠페인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마약 중독자들의 치료에 대한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마약 정책이 마약 중독자 검거와 처벌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마약 유통 근절과 마약 중독자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없이는 마약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며 “마약 중독증 제거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법률안을 재입법하고, 정부가 수사와 예방, 재활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기구를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1978년 경찰에 입문해 1999년 퇴직할 때까지 강력계에서 마약수사관으로 일하면서 1000여 명의 마약 사범을 검거했다. 퇴직 후인 1991년 한국마약범죄학회를 만들었고, 2003년 《마약범죄학》 서적 5권을 펴냈다. 2010년부터 마약 중독자들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무료 치료 기관인 ‘가평중앙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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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 관련된 범죄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1970년 검거된 필로폰 중독자는 고작 176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수만 명이 마약에 중독돼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03년부터는 북한에서 제조된 필로폰이 한 해 수천억원대 밀반입되면서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밀수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지만 정부는 마약 중독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 대응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나.

 

“마약 수사 체계가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분산된 수사 체계로는 이미 다양한 판로를 통해 커져버린 ‘마약 산업’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내에 반입되는 마약을 판매하는 업자들이 검거되는 비율도 낮다. 마약 중독자들은 치료되지 않고,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대면서 재범이 돼 일생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필로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수사와 예방, 재활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일관된 정책 수립을 할 수 있는 국가적 통합기구가 필요하다.”


마약 중독자를 위한 치료 예방 교육기관을 만들게 된 배경은.

 

“정부가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발, 재범, 재중독 방지를 위한 한국 마약류 등 중독증 제거 및 재발 방지 평생교육기법을 개발했다. 정부 지원이 없어 학회원이 내는 회비와 사비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설치된 마약류 밀반입 차단 전담 조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가는 마약 중독자 검거에만 급급해 있다. 재활이나 치료와 관련된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반입되는 마약에 대해서도 ‘눈 뜬 장님’이다. 공항, 해상 등 다양한 통로로 마약이 밀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한 기관이 단독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특히 대표적 마약인 필로폰 판매조직은 십 수년 전부터 14개 조직, 말단 판매원(속칭 고사바리) 3000여 명으로 구성돼 전국 각지에 퍼지고 있다. 마약은 이제 특정 지역과 일부 집단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2015년 마약류 등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평생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19대 국회 당시 법사위에서 미뤄 놓았다가, 회기 내 상정되지 않아 자동으로 폐기됐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입법기관과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마약이 어디에서 생산돼 누구를 통해 반입되는지, 누구를 상대로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마약 범죄로 인해 무너져가는 국민들이 늘어가는데도 정부기관은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필로폰 장사를 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재활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중독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겠나.”

 

북한산 필로폰 밀수 사례도 높다는데.

 

“전체 마약류 사범 90% 이상이 북한산 필로폰에 중독된 투약자들이다. 필리핀은 북한산 필로폰 판매자는 물론 정관계와 연루된 마약 커넥션들을 재판 없이 사살하고 있고, 북한도 필로폰에 중독된 인민을 재활시키기 위해 2017년 1월부터 재활을 위한 전문 수용소를 설치했다. 한국·중국·북한이 공동으로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국은 국민들을 중독시키고 있는 북한산 필로폰이 단순한 아편 같은 마약이 아닌, 독극물과 같은 유해화학물질이라는 것을 북한에 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적발되지 않는 범죄가 훨씬 더 많다는 추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30만 명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유엔 암수범죄 계산은 검거된 범죄 수치에 20배를 곱한다. 검거된 마약범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해마다 누적된 범죄를 감안하면 마약 사범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마약 중독자 치료 예산에 대한 문제도 계속해서 지적된다. 

 

“명확한 마약 중독 치료 처방이 없는 현실에서 근본적 대책으로 선행돼야 할 것은 국가 차원의 예방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통합 예방기구 설치를 통해 과감히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치료를 위해 편성된 국고 예산은 있지만, 약사 중심 민간단체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만 단독 지원하고 있다. 실질적 치료를 위한 예산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중독자가 치료되지 않으면 수요와 공급은 계속된다.”

 

현재 마약 중독자들의 사회화는 어느 정도 가능한가. 

 

“현재 우리나라 마약 중독자들의 사회화 가능성은 ‘0(제로)’에 가깝다. 구사일생으로 재활에 성공한 극히 일부 중독자를 제외하고는 뇌 손상이나 간 손상을 입어 건강을 잃은 사람들이 많고, 결국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경우도 있다. 전국 교도소에 3000명에 이르는 마약 사범들이 구속돼 있다.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소하면 중독자들은 또 교도소에 가게 된다. 필로폰 투약 사범의 40%가 3년 내 재수감된다. 국가는 이들을 치료해 마약 중독자 수를 줄이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마약 단속과 치료를 위해 현 정부 차원에서 어떤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나.

 

“정부에 마약과 관련한 문제점과 대책을 제시하는 청원을 했다. 그러나 정부 부처에 떠넘기고 있고, 제대로 된 답변도 없다. 정부 스스로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정책을 세심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마약 퇴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재발방지기관들에도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중국의 국가금독위원회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마약중독확산방지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 복귀 교육 시스템을 확대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법안도 재입법해야 한다.” 

 

※ 관련기사 

☞ [단독] 정부 무관심 속에 무너진 ‘마약 청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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