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멘토의 민낯①] ‘꿈의 직장’이던 마이크임팩트를 떠난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5 17:18
  • 호수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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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직원 10人 인터뷰…“돈 아닌 리더에 실망”

오전 시간 대 자유롭게 출근할 수 있다. 본인 생일날에는 4시에 강제 퇴근. 한 달에 한번은 본인이 제일 편한 곳에서 근무하면 된다. 입사 이후 연인이 생기고 3개월 이상 유지 시 연애지원금도 준다. 무엇보다 대표가 청춘들 ‘멘토’다. 국내 강연업계 선두기업인 ‘마이크임팩트’ 얘기다. 얼핏 꿈의 직장처럼 보이는 곳이지만, 작년에만 90명 중 60명 가까운 이들이 사표를 던졌다. 마이크임팩트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마이크임팩트 전(前) 직원 1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이 들려준 마이크임팩트의 ‘집안 사정’은 바깥에서 바라본 화려한 외관과는 차이가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라는 마이크임팩트의 비전을 보고 일했지만, 정작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날이 갈수록 삭막해져갔다고 했다. 전 직원 A씨는 “마이크임팩트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은 회사”라며 “임금체불이나 부당노동이 대표가 꾸는 꿈의 핑계가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사저널 미술팀


상습 임금체불에 복지는 ‘빚 좋은 개살구’

 

마이크임팩트는 ‘열정’으로 큰 회사다. 마이크임팩트는 2010년 설립 후 청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연사를 잇달아 섭외하면서, 국내 강연계를 이끄는 선두기업이 됐다. 동시에 잘 나가던 외국계기업을 관두고 마이크임팩트를 차린 한동헌 대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2년 CBS TV의 강연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면 돈이 따라온다’는 주제로 본인이 직접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회사가 크고 대표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마이크임팩트는 청년들이 선망하는 회사가 됐다. 2010년 임직원 수 3명에 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마이크임팩트는 창업 6년 만인 2016년 직원 80명에 연 매출 75억원을 기록하는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표를 믿고 모인 젊고 패기 넘치는 직원들의 힘이 컸다. 그러나 마이크임팩트의 성장 동력이 됐던 직원들이 회사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회사 인원의 절반이 넘는 60명 가까운 이들이 직무를 막론하고 회사를 관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들이 공통적으로 짚은 것은 우선 임금 체불 문제다. 5년간 마이크임팩트에 다니다가 2016년 회사를 관둔 A씨는 “콘서트 업계다 보니 매출이 안 나오면 월급으로 바로 타격을 입었다. 비수기 때는 월급이 하루 이틀은 기본이고 길게는 몇 개월 이상 밀리기도 했다”며 “3개월 이상 월급이 안 들어오면서 직원들이 출근을 보이콧 한 일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5년 경력의 B씨 역시 “개인의 적금을 깨가면서 회사를 다녔다. 월급이 밀리면 대표가 ‘너네 모아놓은 돈 없냐’ ‘가족들 중 돈 빌릴 때 없냐’는 식으로 농담을 했다. 그럴 때마다 ‘대표가 고생을 안 해봐서 임금체불 (심각성을) 못 느끼나’ 생각했다. 항의하면 월급의 100%도 아니고 50~25%를 맞춰서 겨우겨우 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퇴직금도 결국 3개월 만에 받았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수년 동안 퇴직금을 받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대표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업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라온 마이크임팩트 관련 평판 목록 ⓒ잡플래닛 캡처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협력사의 항의도 비일비재했다고 했다. ‘일단 강연을 열고 보자’는 대표의 주장에, 적자가 예상되는 강연도 강행해야 했다. 그러나 이 적자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는 결국 직원들의 숙제가 돼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회사를 나온 C씨는 “매출 문제를 경영자가 봐야 하는데, 자꾸 새로운 사업을 무리하게 론칭한다. 그러면서 경영의 책임을 20대 초중반 아이들에게 떠넘겼다. 매출 압박이 거셌다”고 했다. D씨는 “회사에 현금이 없으니 억지로 (대출이나 돈을 빌리는 식으로) 금액을 당겨쓰는 게 반복됐다”며 “협력사 음향팀의 경우 미수금이 계속 불어나서 공연 당일 오전까지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 대처를 대표가 아닌 현장에서 직원들이 했다”고 토로했다.

 

제보자들은 이 같은 증언이 비단 소수 직원만의 의견은 아니라고 했다. 실제 기업 평판 등을 조회할 수 있는 ‘크레딧잡’이나 ‘잡플래닛’ 등의 사이트를 보면, 회사에 대한 평가 중 상당수에 임금 체불 문제 등이 적시돼 있다.  

 

회사 복지가 ‘허울뿐인 복지’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과로(過勞)는 사회적 기업인 마이크임팩트에서도 일상이 됐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자율근무제가 시행되더라도 잦은 야근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으며, 야근수당은 꿈같은 얘기였다고 했다.

 

지난해 퇴사한 E씨는 “프로젝트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모든 복지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것이었다. 불 끄고 난 뒤 조금 있다 다시 사무실 와서 일하거나 카페에 가서 일하는 식이었다”며 “대표의 지시는 아니었지만 일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청춘 위한다면 정당한 대가 지불해야”

 

마이크임팩트 전직 직원들은 모두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도, 현재 마이크임팩트에 재직 중인 옛 동료들을 걱정했다. 현실의 벽 앞에서 회사를 관뒀지만, 마이크임팩트가 회사의 4가지 미션인 △청춘의 본질 회복 △꿈과 지혜의 민주화 △우주의 연결고리 △청춘의 대안공동체를 꼭 이뤄내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리더인 한 대표의 반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춘을 위하는 사업을 전개하면서, 정작 청춘의 노동력을 정당한 대가없이 소모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얘기다.

 

마이크임팩트에서 3년 간 근무했던 F씨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세상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라고 묻는 대표를 보고 회사를 들어갔었다”며 “그러나 일하면서 느낀 건, 그분이 풍족하게 자라서 그런지 월급이 안 나오면 당장 생활이 곤란해지는 사람도 있다는 것, 월세를 내야한다는 것, 이런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 하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월급보다는 직원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는 대표에 대한 실망이 더 컸다는 얘기다.

 

마이크임팩트에서 4년 간 근무했던 G씨는 입사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임팩트에서 만난 동료들, 함께 했었던 프로젝트 등은 내게 좋은 자산이 됐다. 아직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임금체불이나 부당노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 사회가 아주 조금이라도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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