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좌진이 뽑은 차기 대통령감 1위는 손학규!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9.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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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법한 국회 보좌진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

조사 결과 응답자의 25.3%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았다. 이명박·박근혜·고건 등 빅3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를 다투는 일반인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오차 범위 안에서 2위를 차지했고, 고건 전 총리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그보다 뚝 떨어진 12.6%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열린우리당 소속의 대권 주자로는 김근태 의장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는데,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 항목에 대한 열린우리당 보좌진의 응답률이 저조한 데다, 그 중에서도 고건 전 총리를 지목한 사람이 적잖은 탓이다.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 보좌진의 36.7%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이명박 전 시장은 그보다 약간 적은 32.7%의 지지를 받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감으로 지목한 한나라당 보좌진은 21.4%에 그쳤다. 손 전 지사는 열린우리당 보좌진으로부터도 김근태·고건·천정배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열린우리당 보좌진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은 이가 단 한 명도 없는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국회 보좌진이 손 전 지사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콘텐츠(내용)가 충실하다’는 점이다. 14대 국회 때부터 15년 가까이 보좌관 생활을 하고 있는 한 고참 보좌관은 “정치학 교수 출신에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장관에 이어 경기도지사까지, 지도자가 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3선 국회의원 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뺀질거린다는 느낌을 줬는데,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확실하게 내공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이 보좌관은 꼬마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거쳐 지금은 열린우리당 재선 의원을 보좌하고 있는데, 열린우리당 보좌진이 뭉치는 술자리에 가면 최근 들어 부쩍 “차라리 손학규 카드를 가져와서 (대선을) 치르면 어떨까”하는 얘기가 많아졌다고 술렁이는 여당 분위기를 전했다.

손 전 지사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이념적 색채가 약하다’는 점이 꼽힌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의 정무 보좌를 맡고 있는 한 386 출신 보좌관은 “한나라당은 보수 꼴통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반해 손 전 지사는 노동 운동·민주화 운동 등을 하면서 쌓아온 개혁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만약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여당에는 아마 가장 각을 세우기 힘든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손학규 1위’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월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2주년을 기념해 회원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 자유와 발전에 가장 적합한 대선 주자’ 조사에서 손 전 지사가 1위에 올랐는가 하면, 그보다 석 달 앞선 지난 5월 <미디어오늘>이 국회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감 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가 1위를 차지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11월 시사 주간지 <뉴스메이커>가 지령 6백호를 기념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가 ‘정치부 기자·교수·국회의원 등이 선호하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감 1위’에 꼽힌 적이 있다. 당시 여당 대선 후보로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요컨대, 손 전 지사를 높이 평가하는 부류는 주로 언론인·교수·보좌관 등 이른바 ‘먹물’이다. 그렇다면 ‘먹물’들의 선택과 일반 대중의 선택 사이에 이처럼 간극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를 ‘이성’과 ‘감성’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인 그룹이 대선 주자의 말과 글, 업적과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대한 객관적인 답을 써내려고 하는 데 반해, 일반 대중은 당장 전개되고 있는 정치 현장을 중심으로 자기 감정에 따라 호불호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식인 그룹이 콘텐츠나 지역색, 이념 성향 등을 따져보고 가장 무난해 보이는 ‘손학규’를 답으로 써냈다면, 일반 대중은 ‘화끈하게 밀어붙일 수 있으니까 이명박’ ‘선거판에만 나가면 이기니까 박근혜’ ‘너무 시끄러운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물이 나서 고건’ 이런 식으로 감성적인 판단을 한다”라는 것이 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문제는 가방 끈 긴 사람들과 대중 가운데 이제까지는 대중의 선택이 승리하곤 했다는 점이다. 2002년 대선 때도 지식인 그룹은 주로 ‘김근태’를 선호했지만, 정작 대통령은 ‘노무현’이 되었다. 이를 의식한 듯 보좌관들은 ‘선호하는 차세대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서도 손 전 지사를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번이 꼭 아닐 수도 있다는 수동적 심리가 깔려 있다.

따라서 손학규 전 지사에게는 이런 간극을 하루바삐 메우는 것이 가장 큰 난제다. 어찌 보면 손 전 지사가 지사 직을 끝내자마자 배낭을 짊어지고 ‘민심 대장정’에 나선 것도 이런 자신의 취약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 외에 보좌진이 뽑은 차세대 정치인으로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등이 꼽혔다. 하지만 수치가 전반적으로 낮아 차세대 리더 그룹은 아직 안개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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