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에 대한 대중의 불편한 시선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2 08:59
  • 호수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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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 트렌드’로 예능 최강자에 오른 김구라, 그에 대한 누적된 불만

 

최근 인터넷상에서 ‘김구라 퇴출 서명운동’이 벌어지며 방송인 김구라가 곤욕을 치렀다. 기사를 통해 한 차례 사과했는데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생방송 중에 또다시 사과했지만, 여전히 그를 향한 시선이 따갑다. 이른바 ‘김생민 조롱 논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MBC 《라디오스타》에 김생민이 ‘짠돌이’ 캐릭터로 출연했다. 김생민은 1990년대에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전혀 성공하지 못했고, 그래서 연예인들이 꺼리던 리포터에 도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고액 출연료의 연예인이 아닌 소소한 출연료의 방송 직업인에 가까웠다. 별명이 ‘공무원’일 정도로 성실하게 일하며 출연료를 차곡차곡 모았다.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온 삶이다. 셔츠 세 벌로 16년간 방송에 임했고, 커피전문점 커피는 절대로 사먹지 않고, 후배들에게 한턱 낼 일이 있어도 치킨과 호프 정도로 10만원을 넘지 않게 쓰고, 여름휴가는 해외여행이 아닌 부산의 친척 집으로 갔다고 한다.

 

방송 중 김구라는 김생민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왜 그렇게 사느냐”고 야단쳤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뭐냐? 짜다고 철든 건 아니다” “김생민씨 대본을 보면서 느낀 건데 왜 이런 행동을 하지? 우리가 이걸 철들었다고 해야 되는 건가?”라며 김생민의 삶을 평가절하한 것이다. 김생민이 스타들은 자기처럼 (적은 출연료만 받고 출근하듯이) 방송활동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자 김생민에게 화를 내며 “이상한 피해의식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생민처럼 일하는 게 로망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생민을 조롱했다며 공분이 일어난 것이다. 대중은 김생민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김생민이 한 푼이라도 아껴가면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바로 자신의 삶을 본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김구라가 김생민을 폄하한 것은 바로 서민을 폄하한 셈이 됐다. 그래서 서민이 김구라에게 분노했다.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제공

그런데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만 김생민을 공격한 게 아니었다. 김국진을 비롯한 다른 MC들도 김생민 조롱에 동참했다. “돈이 아까워 스크린골프도 안 치더라” “제작진이 유명 커피전문점 커피를 제공하자 김생민이 ‘아니 이렇게 비싼 커피를’이라며 황송해하더라” 등의 얘기를 하며 김생민을 이상한 사람 취급한 것이다. 초대손님 손미나도 김생민에게 “그렇게 아껴서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예요?”라며 답답해했다. 해당 프로그램 자체가 김생민을 조롱하는 구도였다. 조민기와 손미나를 ‘욜로족’, 김생민과 김응수를 ‘염전족’이라는 식으로 내세웠다. 조민기는 “클래식카를 7대 샀다” “안경이 800개다” “아이 가방 사러 일본에 갔다” “베트남에서 가구를 사왔다” “초고가 카메라와 렌즈를 샀다가 쓰지도 않았다” 등 사치담을 끝도 없이 이야기했는데 그것을 ‘욜로족’이라며 미화했다. 거기에 김생민의 삶을 짠돌이로 대비시킨 기획이다. 모두가 김생민을 놀리는 역할에 충실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유독 김구라에게만 화를 냈다.

 

 

유독 김구라에게만 대중이 분노한 까닭

 

대중에게 그전부터 김구라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욕설과 독설로 뜬 사람이다. 과거 인터넷 방송 시절 스타들에게 욕설을 날리며 인기를 구가했다. 악플을 방송으로 형상화했던 셈이다. 그렇게 주목받은 후 지상파에 진입했다. 그리고 한동안 ‘사과의 아이콘’으로 활동해야 했다. 과거 욕설을 퍼부었던 스타들과 함께 방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욕설을 들은 사람에게 땀을 뻘뻘 흘리며 사과했다. 김구라의 사과를 웃으며 받아준 문희준에게 사람들은 ‘문보살’이라고 했다.

 

그 시기를 거치며 욕설이 사라졌지만 독설은 남았다. 마침 시대도 잘 맞아떨어졌다. 독설·돌직구 전성기가 펼쳐진 것이다. 과거 예능에선 정제된 언어만 허용됐다. 반면에 최근 들어선 상대의 약점을 까발리며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터뜨리는 토크쇼가 뜬다. 방송 중 반말까지도 용납된다. 김구라를 위한 시대였다. 토크쇼들이 일제히 퇴조기에 빠지는 동안 김구라의 《라디오 스타》가 우뚝 섰다. 이제 김구라는 준(準)국민MC 반열이다. 중간에 공백기도 있었다. 인터넷 방송 당시에 했던 위안부에 대한 막말로 자숙했던 것이다. 하지만 독설 트렌드는 김구라를 다시 정상에 올려 세웠다.

 

이것이 모두가 김생민을 조롱했음에도 사람들이 김구라에게만 화를 낸 이유다. 독설 트렌드의 원톱에 오를 정도로 그동안 공격적인 발언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편함이 누적돼 왔던 것이다. 유재석이 장기간 안티가 극히 적은 국민MC로 군림하는 이유는 그가 배려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공격적인 캐릭터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강호동이 바로 그런 경우다. 호통과 독설로 뜬 박명수에게도 대중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러한 공격적인 캐릭터 중에서도 김구라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반발심이 커졌다. 과거 신정환이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의 턱을 잡는 등 그를 조롱하자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다. 《무한도전》에서 김구라가 솔비에게 망신을 당하자 대중이 환호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김구라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는 징후다.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제공

게다가 김구라는 너무 커버렸다. 약자가 강자를 조롱하면 통쾌한 풍자지만, 강자가 약자를 조롱하면 갑질이 된다. 김구라는 현재 예능 최강자 위치에 섰기 때문에 다른 방송인을 조롱할 경우 자연스럽게 갑질 인상을 준다. 안하무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김구라의 조롱이나 공격은 사실 그가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그만의 방법일 수 있다. 그는 조세호처럼 소외된 연예인들을 《라디오 스타》에 출연시켜 조롱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예능 대세를 탄생시켰다. 김생민을 향한 독설도 사실은 그만의 애정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정말 적대적이었다면 아예 말을 안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김구라의 애정 어린(?) 독설에 분노했다. 그는 갑이니까.

 

또, 김구라는 돈을 너무 많이 번다. 과거 김생민의 한 달 수입을 모두 합쳐도 현재 김구라의 1회 출연료보다도 적다. 그런 사람이 김생민을 돈 문제로 공격하자 사람들이 부당하다고 느낀 것이다. 고소득의 김구라가 김생민처럼 일하는 게 로망이라고 하자 사람들은 희롱이라고 받아들였다. 이미 예능생태계의 절대갑 자리에 올라 그 위치만으로도 대중의 견제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공격적인 콘셉트까지 계속 유지한다면 공분 사태는 언제든 또 터질 수 있다. 이제는 갑에 걸맞은 콘셉트를 고민할 시점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공격성은 자극과 통쾌감을 주지만 동시에 반감도 초래한다. 그래서 공격적인 콘셉트로 뜬 사람은 언제나 사선(死線) 위에 있는 것과 같다는 점을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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