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전방 군 사격장 옆에 한옥마을이?…특혜 의혹 일어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5 14:08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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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사단 사고 우려에 두 번 불허했지만, 상급부대 1군단이 허가
당시 국방부 고위 관계자 심의 과정에 개입 의혹

북한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 파주시의 최전방 부대 사격장 옆에 한옥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단독 확인됐다. 한옥마을은 영점사격장과 인접해 있으며, 공용화기 사격장에서 불과 2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관할부대인 육군 9사단은 도비탄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해당 사업을 불허했다. 실제로 공용화기 사격장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9사단 상급부대인 1군단은 “사격장 이전 시 부지조성 공사소요를 군에서 부담하겠다”는 조건까지 내걸면서 허가를 내줬다. 허가 당시 1군단장은 현재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영호 중장이다. 한옥마을 허가 과정에 당시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관할 부대장의 허가만 있으면 제한보호구역 개발이 가능하다. 국방부 내에서도 부대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주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방부가 제한보호구역 개발을 모두 감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국에 인허가 비리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파주시의 최전방 부대 사격장 옆에 한옥 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파주시의 최전방 부대 사격장 옆에 한옥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르면 제한보호구역이란 군사분계선 남쪽 25km 범위 이내 지역 중 민간인 통제구역 이남 지역을 말한다. 또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500m 이내 지역과 사격장의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1km 이내 지역 역시 제한보호구역이다.

문제가 된 파주시 월롱면의 부지는 이 세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 전방 지역 25km 내에 위치하는 데다 군부대와 직접 맞닿아 있다. 지적도를 살펴보면, 이 땅이 군부대를 감싸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공용화기 사격장과의 거리는 기준(1km)의 5분의 1 수준인 200m에 불과하며, 부대 안에 있는 영점사격장과의 거리는 더욱 가깝다. 이런 곳에 소매점, 의원, 사무소 등 근린생활시설 신축 허가가 난 것이다.

 

9사단, 도비탄 사고 우려로 개발에 동의하지 않아

제한보호구역에서 개발, 건축, 벌목 등을 하기 위해서는 군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먼저 사업주가 시, 군 등 관할 행정기관에 허가 신청을 하면 관청에서 관할 부대에 협의 요청을 한다. 관할 부대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심의위원회(군보심의)를 열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부동의’가 결정될 경우 상급부대에 재협의 요청을 할 수 있다. 심의 결과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가 나오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땅의 경우, 파주시 투자진흥과에서 9사단에 협의 요청을 했다. 그러나 9사단은 이를 두 번이나 거부했다.

시사저널은 9사단의 ‘군보심의 결과 통보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 통보서에 따르면, ○○○○부대(9사단)는 파주시가 2018년 5월1일과 같은 해 6월14일 요청한 파주시 월롱면 ○○○-○ 지역의 근린생활시설 신축에 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군보심의는 모두 11가지 항목을 평가하는데, 9사단은 5월1일자 협의 요청에 대해 군사시설 훼손, 관측 및 사계, 소음/환경, 기타 등 모두 4가지 항목에서 불가 등급인 ‘C’를 줬다. 9사단은 세부 내용에서 “주둔지 0지대 방호 간 관측 및 사계 일부제한, 영점 사격장 위치로 도비탄 발생 및 민원제기 우려”를 부동의 이유로 밝혔다. 도비탄은 총에서 발사되거나 비행기에서 투하되는 탄이 장애물에 닿아 튀어서 탄도를 이탈한 것을 말한다.

9사단은 6월14일자 협의 요청에 대해서도 부동의 의견을 유지했다. 소음/환경, 기타 부문의 평가가 양호 등급인 ‘A’로 바뀌었지만, 핵심 항목인 군사시설 훼손, 관측 및 사계에서는 C등급을 유지했다.

9사단이 부동의를 결정했기 때문에 재협의 요청을 할 수 있는 규정에 따라 상급부대인 1군단으로 공이 넘어갔다. 1군단은 2018년 7월23일자 협의 요청에 대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부대 인근 개발제한구역의 상황은 사단이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서 “사단에서 거부한 사안이 군단에 의해 뒤집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1군단, '안전성 검토 필요' 인정하면서도 개발 허가

시사저널은 1군단의 ‘군보 심의결과 통보서’도 단독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1군단은 군사시설 훼손, 관측 및 사계, 기타 항목에서 모두 A등급을 줬다. 소음/환경 항목에서만 제한 등급인 ‘B’로 평가했다.

그러나 1군단은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리면서도 사격장과 관련한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음은 1군단이 통보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해당 사업지역은 군단의 FEBA(전투지역전단) ‘0’ 종심지역으로 9사단 ○○대대 영점사격장과 인접하면서 9사단 ○○ 공용화기 사격장에서 200여m 이격된 지점으로, 사격장 2개소의 도비탄 발생 등 제반사항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함.”

1군단은 사격장을 이전하지 않고서는 안전성이 보장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군이 민간사업을 위해 군사시설을 스스로 옮겨 주겠다는 것이다.

“○○ 대대 주둔지 내 영점사격장을 ○○사격장 인접 유휴지로 이전. *현재 위치에서 영점사격장 운용 시 사업지역에 대한 도비탄에 대한 안전보장 불가.(현 영점사격장을 실내사격장 수준으로 시설보강 없이는 사격장 운용불가 판단)”

심지어 사격장 이전 비용을 군이 지불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영점사격장 이전 시 설치 소요: 사격장 부지조성 기반 공사소요는 군에서 부담하되 사격장 필수시설(탄약 분배대, 차양대, 입사호, 표적지, 전기인입 등 포함/8개 사로)은 사업시행자가 부담.”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제가 됐던 제2롯데월드의 경우에도 군사시설 이전 비용은 사업자가 모두 부담했다”면서 “군이 민간사업을 위해 사격장과 같은 민감한 군사시설을 옮기면서 비용까지도 부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에 ‘부지 개발’ 민원 전달했다”

더 큰 문제는 공용화기 사격장이다. 이 사격장은 인근 9사단 예하 부대들이 모두 사용하고 있는 대형 사격장이다. 공용화기란 2명 이상의 인원이 조를 이뤄 운용하는 화기를 말하는 것으로 M-60중기관총, K-3분대지원기관총, 60mm박격포, 81mm박격포, 90mm무반동총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1군단은 방호벽 설치로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다고 봤다.

“9사단 ○○○ 공용화기 사격장 안전조치: K-3 사격장내 사로별 좌우측면에 방호벽 설치.”

기관총인 K-3의 유효사거리는 800m, 최대사거리는 3.6km에 이른다. 그러나 공용화기 사격장과 이 부지와의 거리는 200m에 불과하다. 실제로 민간인이 사격장 사고로 죽거나 다쳤다. 해당 사격장에서는 2010년 4월4일 민간인 1명이 사망했고, 2014년 3월8일에는 중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군단이 사업을 허가하면서 택지 9230㎡-도로 1020㎡의 대지에 소매점, 의원, 부동산중개업소 등 24개 동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허가가 난 후 곧 벌목작업과 정지작업이 이뤄졌다. ‘○○한옥마을 조성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인근 주민은 기자에게 “1주일에 몇 번씩 사격훈련이 있다. 사격훈련이 있으면 길목을 아예 통제한다”면서 “사격장이 아니라도 이 땅은 군부대와 담벼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어떻게 한옥마을이 들어온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지의 개발은 9사단에서 최소 두 번 반대했고, 허가를 내준 1군단에서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부지는 어떻게 개발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취재 과정에서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군보심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이아무개씨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기자에게 “토지 소유주가 국회 쪽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군부대가 몇십 년째 점유하고 있는 자신의 땅에 대한 개발제한을 풀어 달라는 내용이었다”면서 “국방부 쪽에 민원을 전달하고 ‘잘 협의해 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원을 전달한 차원이었을 뿐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면서 “개발제한구역 개발과 같은 사안에 대해 국방부 정책보좌관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국방부 측에 안영호 당시 1군단장의 입장을 요청했으나, 6월5일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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