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차량기지 이전’ 국토부 일방통행에 민-관 갈등만 촉발
  • 윤현민 경기본부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9 15:00
  • 호수 16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년째 공전 중인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3번째 타당성 재조사 착수

정부의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이 25년째 공전하고 있다. 충분한 주민 설득 없이 사업이 강행되자 민-관 갈등만 커졌다. 타당성 재조사만 세 번째지만, 사업 쟁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업비 축소, 교통대책 미흡, 환경 훼손 등이 다툼의 대상이다. 애초부터 시설 운영효율 개선이 아닌 민원 해소 목적이란 주장도 나왔다. 지역만 바꿔 민원을 덮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정치논리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관계 당국은 국책사업임을 앞세워 추진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지난 6월 광명 시민들이 광명시 철산동 시민운동장에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반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광명시청 

사업비 증가분 감춘 의혹…환경 훼손도 쟁점

11월10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그리고 광명시에 따르면, 지난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과 함께 서울시 구로구 구일로2길2 일대 25만여㎡에 조성된 한국철도공사의 철도차량기지는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권발전대책 추진 공약 발표 후, 2005년 국무회의에서 이전 사업이 구체화됐다. 낙후된 이 일대를 개발하고 지역 민원을 해소하는 차원이다. 그간 이곳 주민들은 소음·분진·진동 등 피해를 호소해 왔다.

이후 예비타당성 및 재조사를 거쳐 지난해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1조717억원을 들여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로 옮기는 내용이다. 그 대가로 광명시엔 구로역~차량기지 간 지하철역 3곳을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당장 국토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과 절차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우선 타당성 재조사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사업비 축소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비 증가분을 감춰 기본계획 원안대로 이행을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광명시 도시교통과 관계자는 “국토부가 타당성 재조사 대상 법적 기준인 ‘사업비 15% 이상 증가’를 피하기 위해 일부 사업비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의혹이 있다”며 “차량 구입비(200억원), 환승시설 구축비(244억~1226억원), 민자고속도로 간섭방지 교각 건설비, 지장물 보상비 등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재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타당성 재조사 결과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 총사업비는 9368억원이었다. 차량기지 이전과 연장 9.38km에 3개 역 신설, 면적 23만4609㎡ 규모다. 

반면 지난해 국토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상 총사업비는 1조717억원이다. 2016년 대비 14.4% 증가했다. 노선 길이와 부지 규모도 각각 연장 9.46km, 면적 28만1931㎡로 늘어났다.

이에 국토부 철도건설과 관계자는 “당시 지반조사 결과나 실측공사비 단가로 측정한 것이 아니어서 확정된 게 아니다”며 “타당성 재조사에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의사 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기본계획 단계에선 총사업비 세부내역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했다. 이후 광명시는 관계 당국에 반대의견을 내고 총사업비 조정을 요청했다. 결국 기재부는 지난 9월 사업비 증액에 따른 타당성 재조사 실시를 결정했다.

녹지축 단절과 정수장 오염 등 환경파괴 우려도 쟁점이다. 이전 부지가 광명시 도덕산~구름산을 관통해 산림축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또 300여m 밖 노온정수장 오염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곳은 경기도 광명·시흥·부천 등 인근 주민 100만여 명의 식수원이다.

이 밖에 정부가 내놓은 지역 주민 교통편의를 위한 지하철역 신설 방안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환승시설 및 차량기지 입지와 겹쳐 실익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선 광명시 도시교통과 관계자는 “7호선 철산역 환승시설과 가까운 정거장1(철산)과 차량기지 직원 출·퇴근용에 불과한 정거장3(노온사·차량기지)을 빼면, 신설 정거장은 사실상 한 곳뿐”이라고 했다.

서울 구로구 구로차량기지 ⓒ연합뉴스

“민원 해결에만 급급” vs “전면 철회 어려워”

당사자 의견은 아랑곳없이 특정 지역 민원 해결에 급급하다는 지적까지 있다. 광명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토부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후 소음·분진·진동 등 같은 민원이 광명시에서도 나올 것이 뻔한데도 광명시 의견은 무시하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국토 균형발전 책무는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특정 지역 민원 해결과 이익만 우선시했다”고 주장했다.

KDI도 앞선 타당성 재조사에서 이 주장 중 일부를 입증했다. 2016년 타당성 재조사 보고서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은 기존 철도차량기지 시설의 운영효율을 개선할 목적보다 도심지 내 민원 발생 시설을 시 외곽으로 옮겨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기존 부지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계 당국은 국책사업임을 강조하며 원안 추진에 방점을 뒀다. 국토부 철도건설과 관계자는 “당초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사업 명분과 필요성에 따라 추진한 국책사업이니만큼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함부로 접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타당성 재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결과에 따라 추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과가 나오면 행정 절차대로 해당 지자체와 시민들을 만나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