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흔들리는 대웅제약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4 07:35
  • 호수 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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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점으로 오너 개인회사 내부거래 폭증…지배력 확대 및 승계 재원 마련 목적으로 예상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웅제약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이 ‘난데없는 공정위 칼바람에 긴장하는 중견그룹 오너들(제1774호)’ 제하의 기사를 통해 대웅제약에 대한 공정위 조사 가능성을 제기한 지 약 2주 만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의 초점은 내부거래를 통한 윤재승 대웅제약 최고비전전문가(CVO) 등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여부에 맞춰져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윤 CVO의 ‘오너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재승 대웅제약 최고비전전문가(CVO) ⓒ시사저널 포토

디엔홀딩스·엠서클 등 조사 대상 지목

공정위는 현재 중견기업들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월14일 기존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던 내부거래 단속망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중견기업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 5조원 미만인 기업집단을 말한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식음료·제약·의류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들을 지목했다. 공정위는 이날 오뚜기와 광동제약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10월30일에는 대웅제약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대웅제약이 공정위의 타깃이 된 것은 그동안 광범위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져 왔기 때문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디엔홀딩스(옛 디엔컴퍼니)와 엠서클, 시지바이오, 이지메디컴 등 윤 CVO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분모는 윤 CVO가 대웅제약 회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내부거래 규모가 급증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 중 의약품 및 화장품 판매업체인 디엔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4.61%를 보유한 윤 CVO이고, 스포츠시설 운영업체인 블루넷이 2대 주주(14.83%)에 올라있다. 블루넷은 윤 CVO(53.08%)와 부인 홍지숙씨(10.35%), 장남 윤석민씨(6.56%) 등 오너 일가가 지분 69.99%를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윤 CVO의 대웅제약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5년 디엔홀딩스의 내부거래 규모는 약 29억원이었다. 이후 이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2016년 13.75%(총매출 472억원-내부거래액 65억원)에서 2017년 26.51%(439억원-116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49.68%(250억원-124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디엔홀딩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 192억원 중 31.26%에 해당하는 59억원이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약국몰과 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기업 엠서클도 공정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인성TSS(65.33%)다. 인성TSS는 윤 CVO(60%)와 석민씨(40%) 부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여기에 디엔홀딩스와 블루넷도 엠서클 지분 26.37%와 1.32%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직간접 지분율이 93.02%에 달하는 셈이다.

이지메디컴에 대한 공정위 조사 가능성도

엠서클도 디엔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윤 CVO의 회장 취임 이후 내부거래가 급증했다. 2015년 86억원 규모이던 엠서클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2017년 24.43%(452억원-110억원)에서 2019년 30.34%(468억원-142억원)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에도 내부거래 규모는 16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외부 매출도 함께 늘어나면서 내부거래율이 28.90%로 일부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과 지난해 엠서클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각각 39.69%(526억원-208억원)와 42.88%(645억원-276억원)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의료용 기기 제조·판매업체인 시지바이오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블루넷(55.9%)이 최대주주인 시지바이오의 2013년 내부거래 규모는 약 6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이후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급증했다. 그 결과 시지바이오의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502억원까지 늘어났다. 전체 매출 1077억원의 46.66%에 해당하는 규모다.

제약업계에서는 병원 구매물류 전문 간접납품회사(GPO)인 이지메디컴에 대한 공정위 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때 대웅제약 계열사(40%)였던 이지메디컴은 2012년 윤 CVO로 최대주주(23.79%)가 변경됐다. 인성TSS도 이지메디컴 지분 15.2%를 보유 중이다. 이지메디컴은 대웅제약 계열사는 물론 주주로 참여한 서울대학교병원 등 대형병원들로부터 일감을 받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그 결과 윤 CVO가 지분을 매입한 2012년 947억원 규모였던 이지메디컴 매출은 2014년 1102억원에서 2016년 3176억원, 2018년 4295억원, 2020년 5257억원 등 2년마다 1000억원대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도 이지메디컴은 65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30.55%(2003억원)였다.

재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한 재원이 윤 CVO의 지배력 확대에 활용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윤 CVO는 그룹 지주사인 대웅의 최대주주다. 그러나 지분율은 11.61%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엔홀딩스와 엠서클 등을 통해 대웅의 지분을 확보하면 윤 CVO는 자신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블루넷(0.26%)과 엠서클(1.77%), 디엔홀딩스(1.77%) 등이 이미 대웅 지분 3.80%를 보유하며 윤 CVO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석민씨에 대한 승계에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인성TSS와 블루넷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석민씨가 지분을 보유한 인성TSS와 블루넷의 기업 가치를 확대한 후 대웅과 합병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윤 CVO도 2009년 대웅화학(현 대웅바이오)과 대웅의 합병을 통해 단숨에 대웅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대기업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2010년대 초부터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저마다 사업구조 재편, 기업 매각, 오너 일가 지분 처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부거래 상당 부분을 해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웅제약이 다른 기업들과 반대로 내부거래를 늘려올 수 있었던 것은 중견기업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감시망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진행해 왔다. 실제 2018년 이후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제재 건수(시정명령 이상)는 21건이었던 반면, 중견기업은 5건에 불과했다.

ⓒ시사저널 자료 사진
공정거래위원회는 10월30일 대웅제약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 자료 사진

폭언 갑질·복제약 갑질에 공정위 조사까지

그러나 공정위가 중견기업에 대한 감시망을 확대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견기업 이사회 내 오너 일가의 비중이 높고 내·외부 견제장치가 부족해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결과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이 공정위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윤 CVO 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승계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조사를 윤 CVO의 오너 리스크와 연관 짓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공정위 조사의 초점이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윤 CVO 일가의 사익편취에 맞춰져 있어서다. 앞서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인 부의 이전과 부실 계열사 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대웅제약의 오너 리스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CVO는 2018년 대웅제약 직원들에 대한 상습 폭언 등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이 일로 대웅제약 주가가 급락하면서 500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불매운동 조짐이 확산하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면서 윤 CVO는 결국 회장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그는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복제약 갑질’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 대웅제약은 2021년 조작한 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받은 특허로 특허권침해소송을 제기, 경쟁사의 복제약 시장 진입을 방해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당시 윤 CVO가 특허 출원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건은 ‘실무자의 일탈’로 일단락됐다. 그리고 이듬해 윤 CVO는 고문역으로 경영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공정위 조사라는 난관을 맞게 됐다.

대웅제약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연초부터 중견기업들의 승계 등을 위한 부당 지원 행위를 중점적으로 감시해 왔다”면서도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도 “공정위에서 조사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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