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남창희, 급한 불 껐지만 갈길은 여전히 ‘첩첩산중’
  • 김경수 기자 (2k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4 10:05
  • 호수 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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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 창사 이래 첫 적자에 내부 반발까지…구조조정 전문 ‘칼잡이’의 험난한 행보 눈길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효자 계열사다. 2012년 유진그룹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한 이래 꾸준히 실적을 내왔다. 이랬던 하이마트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철옹성’ 같던 시장점유율 1위 자리도 경쟁사인 삼성스토어에 내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재계 순위)에서 5위 자리를 포스코에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롯데그룹은 무너진 하이마트의 수익을 개선하고자 지난해 12월 ‘험지 전문 CEO’로 불리는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어렵사리 적자 구조는 탈피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었다. 최근 노사 관계를 흔드는 내분까지 심화하고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7월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에서 열린 ‘롯데그룹 2023 하반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VCM)’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적자 벗어났지만 시장점유율 갈수록 하락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가전제품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기간 하이마트를 비롯해 삼성스토어와 엘지베스트샵, 전자랜드 등 업계 ‘빅4’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비대면 활성화에 따른 온라인 소비 증가와 경기 침체로 인해 이사·혼수 등이 많이 감소해서다. 특히 업계 1위였던 하이마트의 실적 부진은 울림이 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긴급 ‘소방수’로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를 내정했다. 실적 개선을 위해 황영근 대표에서 남 대표로 수장을 교체했지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취임 후 1분기 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228억원)에 이어 연속 200억원대 적자였다. 남 대표는 롯데슈퍼와 비슷한 전략을 택했다. 수익 없는 불필요한 매장을 폐점시키는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력 구조조정에도 손을 댔다. 기존 희망퇴직에서 권고사직을 종용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내부에서 반발이 거세게 나왔다.

남 대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점포를 빠르게 정리하면서 ‘구조조정 칼잡이’로 그룹 내에서 불려왔다. 남 대표는 롯데슈퍼 CEO로 재직할 당시 2년간 점포 146개를 정리하는 등 내부 구조조정에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2019년 영업손실 1039억원에서 2021년 52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신동빈 회장이 하이마트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남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마트는 매장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올 상반기에만 24개 비효율 매장을 폐점했다. 지난해 말 391개였던 매장 수는 현재 353개로 줄어들었다. 그래서일까. 하이마트는 상반기 깜짝 실적을 냈다. 남 대표 체제를 갖춘 지 반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하이마트 누적 영업이익은 183억원이다. 2분기(78억원)와 3분기(362억원) 모두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52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와 확연히 다르다. 하이마트는 3분기 실적을 크게 개선하면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호실적을 두고 그룹 일각에서는 남 대표의 남다른 경영 감각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매출을 들여다보자. 3분기 기준으로 하이마트 매출은 72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9%나 줄어들었다. 3분기 누적 매출 역시 2조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했다. 하이마트 평균 매장 매출도 보자. 지난 1~2월 24.9% 감소했다. 3~4월과 5~6월에는 각각 18.35%, 9% 줄어들었다. 역성장 기조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이마트는 점포 및 인력 정리 등의 효율화 정책으로 수익 부분에선 분명 개선 효과를 봤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이라기보다 구조조정에 따른 ‘착시효과’로 매출은 여전히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 하락은 시장점유율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런데도 하이마트는 상권과 수익성을 검토해 적자가 발생하는 점포들을 차례대로 폐점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마트가 매출 신장 등 시장점유율 반등을 위한 성장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 볼 때 하이마트가 시장점유율을 대가로 흑자 전환을 이룬 것으로 보이는데, 그 효과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산업들도 그렇지만, 특히 유통산업에서 시장점유율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이마트는) 단순 구조조정이 아닌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신사업 전략을 통해 수익 개선을 지속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대치 본점 전경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대치 본점 전경 ⓒ시사저널 박정훈

롯데하이마트 측 “조만간 매출도 상승 기대”

경쟁사인 삼성스토어를 보자. 같은 기간 삼성스토어는 시장점유율 33.8%를 차지하며 하이마트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이마트가 구조조정을 할 때, 삼성스토어는 차별화된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해왔다. 제품 전문 상담사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가전제품을 추천해 구매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3D 기술로 구현된 온라인 매장에서 상담·구매까지 가능한 비대면 통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하이마트 내부에서는 현재 경영진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남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경영 실패 책임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아닌 직원들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이어진 과도한 점포 정리와 인력 축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하이마트는 매장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상반기에만 24개 비효율 매장을 폐점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하이마트는 최근 급여 체계 개편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권고사직을 단행했다가 내부 반발에 휩싸였다. 하이마트 노조는 지난 6월 대치동 롯데하이마트 본사 앞에서 ‘롯데하이마트 구조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의 무능함을 사측이 직원들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사측의 조치에 반발한 노조는 현재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이마트 관계자는 “계속되는 불경기로 인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지만, 상품 운영체계를 통한 재고 건전화와 수익성 높은 상품군의 매출 비중 확대 등으로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 작업과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년까지 100여 개 점포를 새롭게 꾸미고, 일부 수익성이 좋지 않은 매장은 인근의 다른 매장과 통합해 효율성 제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물류 및 상품 재고 관리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의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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