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적’ 또 늘었다…11번가는 쿠팡 왜 ‘저격’했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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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공개한 11번가 판매 수수료율 둘러싸고 갈등
11번가 “기업 이미지 손상 및 판매자·고객 유치에 영향”
CJ올리브영과도 ‘신고 전쟁’…LG생건과는 ‘화해’

쿠팡을 둘러싼 신경전이 또 시작됐다. 11번가는 지난 16일 쿠팡을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이 공개한 11번가의 수수료율(20%)이 ‘왜곡’됐다는 이유에서다. 오픈마켓 특성상 수수료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11번가가 쿠팡에 칼을 빼 들면서, 쿠팡은 또 하나의 공정위 ‘신고전’을 치르게 됐다.

2010년 창업한 쿠팡은 처음에는 소셜커머스 업체로 분류됐지만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종합물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11번가는 16일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이 공개한 11번가의 수수료율(20%)이 ‘왜곡’됐다는 이유에서다. ⓒ시사저널 고성준

수수료율 논란 왜 촉발됐나

논란은 한 언론 매체가 ‘쿠팡이 판매자로부터 수수료 45%를 떼간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쿠팡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재벌 유통사를 비호하고 쿠팡의 혁신을 폄훼하는 언론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쿠팡의 수수료는 업체 최저 수준으로, 최대 10.9%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쿠팡은 자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11번가와 G마켓, 옥션 등의 수수료율을 ‘오픈마켓 최대 판매 수수료 비교’ 표를 통해 공개했다. 쿠팡은 11번가의 최대 판매 수수료율은 20%, G마켓·옥션의 최대 판매 수수료율은 15%라면서 “쿠팡이 45%의 수수료를 떼간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11번가는 쿠팡의 행위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쿠팡 측이 명확한 기준이나 객관적 근거 없이 극히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최대 판매 수수료율을 비교해 마치 11번가의 전체 판매 수수료율이 쿠팡에 비해 과다하게 높은 것처럼 왜곡해 공표했다는 것이다.

11번가에 따르면, 쿠팡이 언급한 11번가의 최대 판매 수수료율은 185개의 전체 상품 카테고리 중 디자이너 남성의류·디자이너 여성의류·디자이너 잡화 등 3개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180여 개 카테고리의 명목 수수료율은 7~13%라는 설명이다. 11번가는 쿠팡 측이 자사의 전체 판매 수수료율이 높다는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다며, 이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1번가는 기업 이미지 손상과 고객 유치 등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해 공정위 신고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11번가의 수수료율이 높다는 프레임을 씌운 것으로, 입점을 고려하고 있는 ‘잠재적 셀러’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해당 공지는 각 사의 공시된 자료를 기초로 작성된 것으로, ‘최대 판매 수수료’라는 기준을 명확히 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품 카테고리마다 수수료율이 상이한 상황에서, 평균 수수료율이 아닌 일부 품목의 최대 수수료율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쿠팡은 2월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진은 서울 잠실 본사 모습.ⓒ연합뉴스
쿠팡은 지난해 7월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연합뉴스

‘갑질’ 신고하고, 신고당하고…갈등 사례 늘어

쿠팡의 몸집이 커지면서 타 플랫폼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공정위 ‘신고전’으로까지 치달았다. 쿠팡은 지난해 7월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CJ올리브영이 중소업체와 쿠팡의 납품 거래를 막는 ‘갑질’을 했고, 이로 인해 쿠팡의 화장품 시장 진출 및 성장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반면 CJ올리브영은 협력사의 쿠팡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LG생활건강(LG생건)과도 갈등을 빚으며 거래를 중단했다가 4년9개월 만에 화해했다. 2019년 LG생건은 쿠팡이 자사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제품 등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상품 반품 금지나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을 명시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는 등 공정거래법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의 ‘갑질’을 인정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3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쿠팡은 2022년 2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판결 선고일은 작년 8월에서 이달 18일로 미뤄진 바 있다. 쿠팡은 판결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 12일, LG생건과 화해하고 거래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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