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청년 고성에 “내쫓지말라”…오바마 ‘명령’ 회자되는 까닭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9 14: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3년 연설 방해한 한인 대학원생에 경호원 다가가자 “괜찮다”
오바마 “열정 존중, 그러나 먼 길 돌아 민주적 절차 따를 것” 일침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 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1월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10년 전 연설이 국내 네티즌에 큰 호응을 얻으며 '역주행'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진보당 소속 강성희 의원이 강제로 끌려나가는 일이 발생하고 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 일화가 재소환 된 모양새다. 

19일 유튜브와 SNS에는 2013년 11월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센터에서 이민 개혁안 연설을 하는 동영상이 회자되고 있다. 

이민 정책 개혁 방향과 그 필요성을 국민에 설명하려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은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파행을 빚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청년이 돌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소리치며 대통령 입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 청년은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한국계 학생으로 파악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청년의 목소리를 의식하며 중간중간 조용해지길 기다리는 '인내심'을 보였지만 청년은 더 큰 소리로 대통령의 발언을 방해했다. 

청년의 주장은 이러했다. "저희 가족들은 흩어져 있다. 지난 추수감사절 때부터 가족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매일 같이 수많은 이민자의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며 이민자 추방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3년 11월25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의 '베티 옹 차이니스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이민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는 도중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대학원생으로 알려진 한인 청년(뒷줄 오른쪽)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의 행정권한을 사용해 서류미비 이민자 1150만 명에 대한 추방을 당장 멈추라"고 소리치고 있다. ⓒ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3년 11월25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의 '베티 옹 차이니스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이민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는 도중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대학원생으로 알려진 한인 청년(뒷줄 오른쪽)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의 행정권한을 사용해 서류미비 이민자 1150만 명에 대한 추방을 당장 멈추라"고 소리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를 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뒤돌아 청년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사안이 바로 그것"이라고 답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카메라를 등지고 완전히 뒤를 돌아 청년을 응시했다. 청년은 대통령을 바라보며 일어서서 자신의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불법체류 이민자 국외추방이 이뤄지지 않게 행정명령을 발동해달라. 대통령은 불법체류 이민자의 추방을 멈추도록 할 권력을 갖고 있다"고 호소했다. 급기야 청년과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추방을 중단하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청년과 그 일행의 소란을 제지하기 위해 관객석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손을 들어 이를 제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괜찮다"며 "청년들을 내쫓지 말라"고 거듭 사인을 보냈고 경호원들은 결국 물러났다. "청년들을 그냥 두라"는 대통령 결정에 시민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예상치 못한 혼란 속 비로소 발언 기회를 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저는 이 젊은이들의 열정을 존중한다. 왜냐하면 이 청년들은 진심으로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것이기 때문"이라고 청년의 입장을 대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뼈 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청년을 향해 "그런데 알아야 할 게 있다. 제가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말을 할 때는, 그리고 제가 여러분의 지역사회에 왔다는 건 우리가 법치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가장 쉬운 방법은 소리 지르면서 제가 법을 어겨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떠드는 것일 테지만, 저는 먼 길을 돌아가려 한다"며 "민주적인 절차를 따라 청년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우리에게는 훌륭한 민주적 절차가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정의와 진실이 이기게 돼 있다. 미국은 항상 그래왔다"고 말했고 대통령의 열변을 숨죽인 채 지켜보던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해당 영상을 SNS에 공유한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어느 국민이라도 국정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지가 들려 나갈 이유는 없다"며 "아무리 목청이 커도 목소리로 사람을 해할수는 없다. 입을 막은 것은 실체적 위협에서 대통령을 지키는 목적보다 대통령 귀에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는 심기경호의 목적"이라고 일침을 놨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