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사일이냐 발사체냐, 그것이 문제로다?
  •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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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우스 등 올림포스의 신들이 주도권을 잡기 전에는 ‘티탄’이라는 거신(巨神) 12남매가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중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사이에서 스틱스라는 ‘저승의 강’이 태어났고, 스틱스는 다시 사촌인 지혜의 신 팔라스와의 사이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Nike)를 낳았다. 니케는 승리의 여신으로서 큰 날개가 그의 상징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냉전 중인 미국은 소련의 전략폭격기들이 대거 쳐들어오는 상황을 두려워해 핵탄두를 장착한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을 개발하고 그 이름을 ‘나이키’라 지었다. 바로 니케의 미국식 발음이다. 이 미사일의 최종 발전형이 ‘나이키 허큘리스’로서 10m가 넘는 큰 키를 자랑했다. 이 미사일은 1960년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몇 년 전까지도 영공방위의 임무를 수행했다.€

#2: 로켓을 무기로 활용한 예는 중국의 금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도 고려시대에 최무선이 ‘달리는 불’이라는 뜻의 주화(走火)라는 로켓 무기를 사용해 왜구를 무찔렀고, 조선시대에는 ‘신기전(神機箭)’이란 일종의 로켓 화살을 무기로 개발한 적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로버트 고다드가 1915년 첫 번째 현대적 로켓의 발사에 성공했고, 이는 곧 군대의 눈에 띄어 무기로 개발됐다. 2차 세계대전 중 이 로켓 무기를 가장 널리 활용한 군대는 아마도 소련군일 것이다. 트럭에서 수십 발의 로켓을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는 이 무기의 별명은 흔한 러시아 여성 이름인 ‘카추사’였는데 독일군들은 이 무기를 매우 두려워했다. 이런 로켓 무기는 서방에서도 발전을 거듭해 미군도 1980년대 초부터 MLRS라는 무기를 도입했다. 걸프전에서 이 다연장 로켓 무기의 공격을 받은 이라크 병사들은 ‘강철 비(steel rain)’라 부르며 치를 떨었다고 한다. 우리 군도 1970년대 ‘구룡’에 이어 최근에는 ‘천무’라는 로켓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3: ‘미사일’이란 영어 단어의 어원은 ‘미실리스(missilis)’라는 라틴어다. 창이나 표창처럼 ‘던져질 수 있는 무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영어 단어는 1945년부터 ‘목표물까지 유도하는 장치가 붙은 발사체(projectile)’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발사체’에는 유도장치가 붙은 미사일과 그렇지 않은 ‘무유도’ 로켓이 모두 포함된다. 요즘에는 유도장치 가격도 많이 싸져 무유도 로켓에다 저렴한 유도장치를 붙여 미사일로 만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우리 해군에 최근 배치되고 있는 신형 고속정에는 이런 종류의 무기가 장착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사된 북한 발사체를 '소형 단거리 미사일'로 규정하고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사된 북한 발사체를 '소형 단거리 미사일'로 규정하고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얼마 전 북한이 ‘발사체’를 쐈다. 미군 측에서는 이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 규정했지만, 우리 군은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아직도 분석 중이라며 ‘발사체’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관련해 대통령의 ‘단도 미사일’ 발언도 한참 동안 논란거리가 됐다. 하지만 뭐라 부르든, 그것이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본질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요즘 한국 경제가 ‘불안한 지경’을 넘어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경상수지도 7년 만에 처음으로 음의 숫자를 보였다. 소수의 긍정적인 지표 이외에는 무슨 일이 날 것처럼 불안하다. 각설하고 이 정부는 유난히 호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경제성장 정책만 해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에 이어 이제는 ‘포용성장’이라고 한다. 무슨 호칭이어도 상관없다. 실질적으로 이 정책들이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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