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37억원 연봉의 비결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3 14:00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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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 《알쓸신잡》 《신서유기》로 시즌제 예능 전성시대를 열다

최근 공개된 나영석 PD의 연봉이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 CJ ENM에서 그가 받은 돈은 무려 37억2500만원. 이런 어마어마한 수입을 얻게 된 건 보너스로 받은 수입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나영석 PD는 지난해 연봉으로 2억1500만원을 받았지만, 상여금이 무려 35억1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온 프로그램들의 면면을 보면 곧 수긍하게 된다. 그는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에 이어 《삼시세끼》  《윤식당》 《신서유기》 《알쓸신잡》에 최근 방영되고 있는 《스페인 하숙》까지 이른바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이제는 나영석 브랜드가 생겨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일단 ‘믿고 보는’ 시청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나영석 PD는 늘 적자 상태에 있던 tvN이 흑자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도 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보수가 이재현 CJ그룹 회장(23억여원)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26억여원)보다 높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더 받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그만한 보수를 받을 만하다는 공감대가 있고,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롤모델’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이런 엄청난 성공과 수입의 비결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것은 바로 나영석 사단이라고 불리는 협업 시스템에서 나온 결과로 볼 수 있다. 나영석 PD는 몇 년 전부터 혼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드는 게 아니라 후배 PD들을 전면에 내세워 여러 프로그램들을 돌리고 자신은 전체 시스템을 감독·관리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진주 PD와 《윤식당》을, 양정우 PD와 《알쓸신잡》을, 또 신효정 PD와 《신서유기》를 함께 만들어냈다. 물론 《삼시세끼》나 《스페인 하숙》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지만 그래도 후배들과의 협업은 늘 똑같이 이어지고, 이런 경험을 축적한 후배들은 다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영석 PD와 협업한다. 이런 협업 시스템이 없었다면 ‘연타석 홈런’을 한 개인이 내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영석 PD ⓒ tvN
나영석 PD ⓒ tvN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이유

사실 지상파는 플랫폼의 힘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굳이 시즌제 운용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나면 매주 어느 정도의 균질한 내용을 담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충분히 유지되고, 그것으로 광고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박2일》 《무한도전》 등은 지상파 플랫폼의 힘이 막강하던 시절의 산물이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케이블과 종편 채널이 생기고 인터넷 등 플랫폼이 다원화되면서 지상파의 힘은 조금씩 떨어져갔다. 이제 플랫폼의 힘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대신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시청자들을 플랫폼과 상관없이 끌어들이는 주요 요인이 됐다. 매주 프로그램을 돌리기보다는 예능 프로그램도 적절한 마침표를 찍어 하나의 완성도 높은 작품처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나영석 PD가 협업 시스템을 갖추게 된 건 그것이 콘텐츠 시대가 요구하는 시즌제 예능 운용을 효과적으로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은 계속 돌아간다. 하지만 과거처럼 《1박2일》 하나를 계속 돌리는 게 아니라, 시즌제로 끊어지는 《윤식당》 《알쓸신잡》 《신서유기》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돌아간다. 나영석 PD는 이들 프로그램들을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후배 PD들과 처음에는 함께 기획하고 작업하다 50% 정도 진척을 보이면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가 다른 후배 PD와 다음 작품에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옮겨가며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안정감을 갖고 또 계속 시즌을 거듭하며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관찰 카메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PD의 역량은 스타 MC들보다 더 중요하게 됐다. 똑같은 인물이 들어가도 어떤 기획에 참여시키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편집하고 연출해 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나영석 사단은 이미 충분한 성공 경험이 있는 나영석 PD와 작가들을 위시해 이런 노하우들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저마다의 캐릭터에 맞게 살려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다. 프로그램의 안정감과 신선함이 담보되는 이유다.

올해 예능가에서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는 《무한도전》 시즌1을 종료하고 떠났던 김태호 PD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언제 돌아올까 하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MBC가 개최한 광고주들을 위한 행사에 김태호 PD가 얼굴을 내민 사실은 그가 어떤 식으로든 올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거라는 걸 말해 준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떤 프로그램으로 돌아오게 될까.

《무한도전》의 한 장면(아래)김태호 PD ⓒ MBC·뉴시스
《무한도전》의 한 장면(아래)김태호 PD ⓒ MBC·뉴시스

컴백 준비하는 김태호 PD, 역시 협업이 관건

아직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분명한 건 그 역시 후배들과의 협업을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사단’이 아니라 ‘분대’라고 표현했지만, 나영석 사단이 해 온 방식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여러 후배 PD들과 다양한 아이템들을 기획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형태가 나영석 사단처럼 각각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일지 아니면 《무한도전》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하게 스핀오프되는 프로그램들로 선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무한도전-○○편》 같은 형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운용은 나영석 사단이 하는 방식으로 하되, 그걸 내보이는 방식은 기존에 《무한도전》이 해 왔던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모두 예측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또 누가 만들든 이제 시즌제 운용은 완성도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고, 그렇기 때문에 협업은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제작의 관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때 김태호 PD는 ‘마블 유니버스’에 비유해 《무한도전》의 세계관도 그런 확장성을 가졌으면 한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것 역시 여러 PD들의 협업이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들이 정체상태에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을 통틀어 신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주목을 받은 건 별로 없다. 다만 시즌제 예능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했을 뿐이다. 이건 물론 시즌제가 이제는 자리 잡은 프로그램 시스템이라는 방증이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뛰어드는 신진 후배 PD들과의 협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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