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이슈를 국가혁신발전 기회로 삼자 [김현수 기고]
  •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3 07:35
  • 호수 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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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메가시티’, 국토균형발전 위한 지방의 ‘초광역권 메가시티’와 대립적 관계 아냐

김포시의 서울 편입 뉴스로 연일 뜨겁다. 찬반 의견 조사도 활발한데 지역별로, 전문가마다 ‘편입’이 가져올 장단점에 대한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편입 논란은 이제 서울 인접 도시들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서울 메가시티’라 하니, 지방에서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심화를 우려하며 반대하는 성명이 이어진다. 메가시티란 무엇이며, 과연 필요한지. 어떤 이득이 있는지 이번 기회에 짚어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월6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GTX-A 열차 내에서 열린 광역교통 국민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6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GTX-A 열차 내에서 열린 광역교통 국민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도시권 관리에 시도 간 갈등과 비효율 누적돼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통근 문제다. 수도권의 통근 시간은 단연 세계 최장 수준에다,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김포 골드라인의 혼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개선 대책으로 거론 중인 지하철 5호선 노선 연장을 둘러싸고 이견이 팽팽해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김포만이 아니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문제다. 환승센터나 정차역 설치, 광역버스 노선 신설 등 광역교통 문제는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 그리고 시군 간 해묵은 갈등 사항이다.

수도권매립지 같은 환경처리시설의 입지·증설 등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중심도시의 매립지가 채워지면 주변 지역에서 대체지를 찾아야 한다. 구로역이나 수서역의 철도차량기지를 외곽으로 이전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폐기물 매립시설이나 철도시설 등이 도시 한복판에 있으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도시 발달에 심각한 위해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협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필요하면 더 강력한 추진기구와 제도를 만들어 실행력을 키워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이런 갈등을 줄이고 도시 관리의 비효율을 줄여가는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

도시 인구가 증가하고 산업이 발달하며, 광역교통이 확산됨에 따라 중심도시는 더 고도화되고 인구는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GTX-A, B, C 노선과 신안산선, 서해선, 경강선 연장, 월판선 등 현재 추진 중인 광역철도가 이어지면 인구의 광역화는 더 촉진될 것이다. 37만 호에 이르는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서울 사람들의 외곽 이동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250만 명에 이르는 통근자는 더 늘어나고 통근거리도 길어질 것이다.

‘서울 메가시티’ 논의는 우선, 대도시권 관리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광역교통, 환경처리시설, 도심 부적격 시설의 이전을 위한 대도시권 협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이런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부처와 담당 기관, 시도, 시군 간 협의가 진행되지만 성과가 미흡하다. 이런 갈등과 비효율이 누적되어 결국 행정구역을 통합하자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게 아닌가.

인구 규모가 커진다고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흔히 메가시티를 1000만 명 이상이라는 인구수 기준으로 설명한다. 인구가 많다고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대도시의 산업, 정주 여건, 광역교통, 국제 기능 등이 활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교통시설·주거지·일자리·공항·항만·에너지시설 등이 적절한 입지를 가지고 잘 작동해야 한다. 대도시권 정부는 이러한 서비스가 잘 제공될 수 있도록 시설을 건설·운영관리·재정비해 가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 축소와 갈등 관리에 힘써야 한다. 짧은 지방자치의 역사 속에서 시도, 시군 간에 갈등이 발생할 때 이를 해소하는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잘 해소하는 것이 곧 메가시티의 경쟁력이다.

 

‘서울 메가시티’와 ‘균형발전 메가시티’, 목표와 수단 달라

해외에서도 메가시티 전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은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이나 그랑파리(Grand Paris)에서 볼 수 있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혁신 잠재력도 커지고 작은 단위로 쪼개진 행정 비효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은 1965년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현재의 1572㎢로 확장되어 가장 큰 행정구역을 가지고 있다. 주변 지역과의 갈등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도 메가시티 구축의 한 방법이다. 광역교통망 노선과 비용 분담의 합리화를 위한 미국의 MPO(Metropolitan Planning Organization)나 일본의 광역행정협의체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메가시티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의 초광역권 메가시티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서울 등 대도시권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 메가시티’와 수도권 대응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균형발전 메가시티’는 서로 다른 목표와 수단을 가진다. 서울 메가시티가 광역협의체나 조정기구의 구축,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도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라면 균형발전 메가시티는 광역교통 건설, 거점 조성, 거버넌스 구축 등 구체적인 사업을 동반하는 것이다. 둘 다 ‘메가시티’ 용어를 사용하니 혼란스럽고 대립적으로 비친다.

5대 광역대도시권 중심으로 논의되던 초광역권 발전계획 수립이 속히 재개돼야 한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60만 명의 20대 청년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되었다. 기술혁명의 진전으로 반도체·바이오·전기차 등 신성장산업은 수도권에서 성장한다. 청년 일자리를 다수 만들어내는 스타트업·벤처기업 등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도 서울 등 대도시의 도심으로 집중한다. 지방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방 국립대학마저 충원에 애로가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청년들이 떠난 도시는 고령화되고, 그나마 있던 기업들도 조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항과 산업단지를 건설해도 청년들의 발길을 끌기 어렵다. 게다가 중앙정부의 지원사업들은 시군별 경쟁을 통한 공모 형식이다 보니, 거점을 조성할 수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초광역권 발전계획은 광역교통망과 산업생태계의 거점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지방의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하던 전통산업들의 입지가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반도체·바이오·전기차 생산의 핵심 요인이 첨단기술에 달려 있고, 연구개발 기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첨단산업은 경기남부권 특히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경부축 중심으로 집중한다. 강남권의 금융·벤처·ICT 중심에서부터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신성장축이 이어진다. 경기북부 접경 지역이나 경기동부 자연보전권역은 정체 상태이며, 전통제조업 지역인 경부선 철도축도 큰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경부축의 성장 추세는 충남의 천안·아산, 충북의 진천·음성, 강원의 원주 등 경기도의 접도 지역으로 확산해 서울 강남권-경부축-경기도 접도 지역은 ‘신수도권’을 형성하고 있다. 균형발전 메가시티는 이와 같은 새로운 변화를 고려해 거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2500만 대도시권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환경·교통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5000만 명이 살아가는 국토의 균형발전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새로운 초광역권 발전계획이 짜여야 한다. 어느 것이 먼저라 말하기 어렵다. 메가시티 이슈를 국가혁신발전의 계기로 만들어가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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