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위성정당’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라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2 07:35
  • 호수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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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목소리 반영하는 준연동형 유지하려면
위성정당 꼼수 막기 위한 대안 반드시 필요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준)이 모인 개혁연합신당이 1월15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세력에게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제안했다. “22대 총선을 민주진보진영 대 보수진영의 일대일로 치러내 단일한 전선으로 담대하게 승리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례연합정당론은 민주당 안에서도 거론된다. 우원식 의원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전제하에 민주당이 ‘지역구 정당’으로 주력을 맡아 지역 출마를 하고, 제 정당이 합의 가능한 방법을 찾아 ‘비례연합정당’으로 힘을 모으자”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다시 준연동형제 유지로 선회하는 듯한 민주당 지도부도 비례연합정당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22대 총선에서 비례연합정당이라는 이름 아래 또다시 ‘위성정당’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세력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국민의힘 또한 그 구실로 위성정당을 만들 것이 확실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왼쪽 네 번째)가 1월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연합신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진영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퇴행적 사고에 기초

야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비례연합정당론은 21대 총선을 얼룩지게 만들었던 위성정당을 되풀이하겠다는 제안이다. 이를 제안한 세력들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보여온 극단주의적 팬덤정치, 막말-성희롱 행태, 사당화 등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 한 번 한 적이 없다. 그러다가 이제 민주당에 기생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자신들의 원내 진출을 얻어내자는 계산법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당초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수정당도 존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갖는 것이었다. 지금 비례연합정당론자들이 만들려는 것처럼 ‘연합’의 외형만 갖춘 채 실질적으로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양당 정치를 강화해 주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말만 연합정당이지 민주당을 추종하는 위성정당이 이번 총선에 나서면 야권은 다시 민주당의 전일적 지배하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보수진영 쪽도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지배할 것이다.

이러한 비례연합정당론은 우리 정치를 ‘진보 대 보수’의 진영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퇴행적인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21대 국회 내내 우리 정치는 양대 진영의 전쟁 같은 대결정치로 몸살을 앓아왔다. 극한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를 넘어서는 일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 정치의 과제가 됐다. 비례연합정당론은 우리 정치의 이러한 과제를 외면하고 오히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양대 진영의 결집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출을 도와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자는 준연동형제의 취지는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딜레마가 존재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서라도 준연동형을 폐지하고 기존의 병립형을 재도입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을 이미 당론으로 정했다. 애당초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이 아니라 오직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갖는 병립형을 선호했다.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막을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병립형으로 돌아갈 움직임을 보였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위성정당의 출현 자체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은 병립형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예 병립협으로 돌아가자는 입장과,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위성정당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그 부끄러운 이름들

여야 정당들의 당리당략을 떠나서 말한다면 일단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연동률이 100%가 아니라 50%이기에 ‘완전 연동형’도 아닌 절충의 산물이다. 그나마 이 정도의 제도가 유지되어야 소수정당들의 국회 진출도 가능해지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로 수렴될 수 있다. 위성정당이라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자는 것은 빈대 무서워서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문제는 그 빈대가 보통 빈대가 아닌 현실에 있다. 위성정당이라는 꼼수가 우리 정당정치를 어떻게 왜곡시키는가는 우리가 21대 국회에서 지켜본 바다. 당시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두 위성정당이 만들어져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낳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금의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위성정당론자들에게는 궁색한 핑곗거리가 있다. 상대 당이 하니까 우리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는 것이 선거인데, 앉아서 패배를 기다릴 정당은 없으니 현실적인 얘기이기도 하다. 양대 정당의 양심에만 호소하며 위성정당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위성정당 방지법 제안이었다.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위성정당 방지법은 ‘지역구 후보를 내는 경우 일정 비중 이상의 비례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한 것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정해도 실질적으로는 위성정당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의 반대는 기본적으로 현행 준연동형의 유지를 전제로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22대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이상, 현실적으로 위성정당 방지법에 여야가 합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설혹 법이 만들어진들 위성정당을 막는 데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여야 정당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정치를 또다시 국민 앞에서 보이는 것은 정치 개혁에 반하는 것이며 염치없는 짓이다. 그렇다면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일단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의 신사협정을 통해 위성정당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하면 같이 하게 돼있는 것이 위성정당이지만, 하지 않겠다는 공동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피할 수 있는 것도 위성정당이다. 결국은 의지 문제다. 법적·제도적 정비는 22대 국회에서 재론하더라도, 국민에게 보여서는 안 될 꼴은 피하기 바란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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