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황교안③] ‘총리 콤플렉스’ 극복할까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2 15:00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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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출신들, 역대 대선에서 선전 못 해 반면교사 사례로만 남았다

흔치 않은 일이다. 현직 총리와 전직 총리가 여야 차기 지도자 1, 2위에 오르는 일 말이다. 최근 차기 대권 다자대결 조사에서 황 대표는 21.2%, 이 총리는 14.9%로 선두그룹이었다. 또 범여권과 보수야권 별도 조사에서도 두 사람은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황 대표는 영남과 충청, 50대 이상 고령층, 한국당 지지층에서, 이 총리는 호남, 30~50대, 민주당 지지층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리얼미터, 2019.3.25~29). 이러한 흐름은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두 사람 간의 양자대결 조사도 시도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4월5일 강원도 옥계면 산불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왼쪽 사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8일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을 찾아 상인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1·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4월5일 강원도 옥계면 산불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왼쪽 사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8일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을 찾아 상인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1·연합뉴스

든든함과 안정감이 장점

만인지상 일인지하(萬人之上 一人之下)로 주목을 받긴 하지만 우리나라 역대 대선에서 총리 출신들은 그다지 선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중을 잘 모르는 인물들로 묘사되면서 정치지도자를 꿈꾸는 인물들에겐 반면교사 사례로 주로 쓰여왔다.

실제로 총리는 대중으로부터 열광을 얻기 힘든 자리다. 대중은 최고권력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데, 총리의 임명권자는 최고권력이며, 그 최고권력을 보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정권에 대한 거센 공세를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하고,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구조에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총리가 있기는 힘들다. 사실 말이 총리지 내각제도 아닌 정치체제에서 총리는 장관보다 높은 위상을 지닐 뿐이지 사실상 일반 장관들의 영문 표기처럼 비서(secretary)에 오히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책임총리제’는 듣기 좋은 정치적 표현이지 실제 책임총리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간혹 일시적으로 실세 총리가 있을 수 있으나 대개 탕평 차원이나 상징성 차원에서 기용되고, 정권에 일이 생기면 희생양이 되곤 한다. 실제 어떤 인물인지 잘 알 수 없기에 대중은 총리에게 마음도 잘 주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보면 총리는 대중에게 충성하기보다는 일차적으로 권력에 충성해야 하는 자리니 대중이 쉽게 믿지 못한다. 대중이 대리인에게 열광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은 전·현직 총리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끝까지 갈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미 두 사람은 차기 대권 시장에서 주요한 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구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틀림없다.

먼저 이낙연 총리다. 거친 언사가 오가는 정치권에서 이 총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촌철살인의 화법을 구사한다.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자로 나서 야당 의원들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모습은 여권 지지층에 통쾌함을 주기도 한다. 진보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음에도 여권 지지층에 어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이낙연 총리의 주가는 뛰어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세를 당하는 국면에서 여권에 대통령을 방어해 줄 이렇다 할 장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낙연 총리가 그 역할을 수행해 내면서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도 호감을 보이고 있다. 든든함의 이미지를 쌓아가며 여권층에 수용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강원 산불 대처 과정에서도 이 총리가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입지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야권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독주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맡았기 때문에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다는 계속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으로 당 대표에 당선됐고, 지난 4·3 보궐선거에서도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정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큰 진보층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보수층에서는 황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가 크지 않다. 황 대표는 이미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수층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고령 보수층은 지지하는 인물을 잘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진보진영처럼 구도의 변화 가능성이 보수에서는 적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황 대표는 향후 결정적 타격이 없는 한 지지 안정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 대표는 장관과 총리를 하면서 지명도가 확보되기도 했고, 막말 등으로 보수가 품격이 없다는 지적의 반사효과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것은 여당의 집중적 공세를 받으면서 보수층에게는 ‘여권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보수층에게 보수정치인 대표성을 얻으면서 더욱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고정 지지층 견고하지 않아

총리라는 코드로 묶이는 이 총리와 황 대표는 주목을 받는 만큼 매 순간 평가를 받아야 하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특히 이 총리는 호남의 뒷받침이 있지만 지지기반이 아직 견고하지 못하다. 배타적인 탄탄한 고정 지지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박원순, 이재명, 김경수, 김부겸 등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다. 총리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총리 이후의 행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해 보인다.

황 대표는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지금처럼 보수가 좁아진 상황에서 보수의 1위 타이틀만으로는 대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또 한국당은 아직 대중 신뢰와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다양한 인물들의 경쟁을 통해 외연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는데 황 대표의 독주는 보수야당 자체의 경쟁력을 제한한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때 고건 전 총리도 주가가 높았고, 이회창 전 총리는 대권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총리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지만 우리 정치에는 이른바 ‘총리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과연 이 총리와 황 대표는 대중에게 미래를 맡길 만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형성해 총리 콤플렉스를 극복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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