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짐 로저스의 ‘넥스트 차이나’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8 08:04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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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한반도 블루오션은 관광과 농업”

‘넥스트 차이나’는 어디일까. 베트남? 인도? ‘미국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에겐 북한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로저스 홀딩스’의 로저스 회장은 북한 투자 예찬론자다. 비무장지대(DMZ) 근처 땅을 사겠다는 발언부터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는 그의 북한 투자론을 못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북한도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다. 

41년 전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직후 35세에 중국 땅을 처음 밟았던 이 미국인 투자자는 이후 중국에 인생을 건 투자를 해 큰돈을 벌었다. 이제 76세가 된 그는 북한이 ‘넥스트 차이나’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런 그가 다음 달 방북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전 세계가 한 차례 떠들썩했다. 

당초 로저스 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았고, 미국 정부로부터 방북 승인도 얻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로저스 회장은 당초 예상보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자 “방북 계획은 구체적으로 없다”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그럼에도 여론은 그의 방북이 무산된 것으로 보진 않는다. 오히려 그의 방북 추진을 둘러싼 북·미 간 속내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남북한 투자 모두에 지대한 관심을 오랫동안 보여 왔다. 상징적 발언이었지만 2015년 CNN 인터뷰 당시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혀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지난달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북한에 정말 투자하고 싶다” “한국 농업에 투자하기 좋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로저스 회장의 방북은 대북 투자의 마중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북·미 협상의 결과를 아직 예측할 수 없고, 대북제재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전망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주목할 대목은 그가 대북 투자를 ‘남북한 경제발전’이라는 틀에서 본다는 점이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 경영 노하우와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을 결합하면 ‘시너지’를 넘어 한반도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대북 투자론’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꼼꼼히 살펴봐야 할 점은 그가 왜 북한을 ‘넥스트 차이나’로 꼽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 보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포착해 큰 수익을 거둔 그는 북한의 어떤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을까. ‘투자 귀재’의 통찰을 미리 엿볼 수 있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성공적인 대북 투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9월17일 평양 시내 모습 ⓒ 평양사진공동취재단·Imaginechina 연합
2018년 9월17일 평양 시내 모습 ⓒ 평양사진공동취재단·Imaginechina 연합

“초기 인프라 투자에 122조원…경제효과 300조원”

인프라스트럭처는 로저스 회장이 국내외 인터뷰에서 북한의 경제 개방이 이뤄질 경우 가장 먼저 투자할 분야로 꼽는 ‘북한의 가장 큰 잠재력’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북한은 거의 모든 것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라면서 도로·철도·건설·전력 등 인프라 부문에서 내수 관련 업종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만큼 한국의 관련 업종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로저스 회장의 전망은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신한금융투자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주식시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대북 투자가 본격화돼 남북한 경제공동체 실현 시 건설·중공업·철강·운송 등 인프라 부문이 먼저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구체적으로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초기 북한 인프라 투자에 122조원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경제효과는 300조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한반도신경제팀장은 “도로와 가스·전력, 철도, 항공·항만, 산업단지 등 초기 인프라 건설 투자 규모는 122조원으로 추산한다”며 “이 가운데 도로와 가스·전력 관련 투자에만 6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122조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이지만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는 훨씬 더 크다. 소 이사는 “초기 인프라 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303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업종별로는 중공업과 건설업이 각각 86조원과 82조원으로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경우 특히 운송과 철강 업종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소 이사는 “남북한 경제권이 통합되면 국토 면적이 남북을 합쳐 21만8000㎢로 확대되고 인구는 5100만 명에서 7700만 명으로 늘어난다”며 “북한의 육로 운송 인프라가 취약해 경협 초기에는 업력이 오래된 상위 업체의 프로젝트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6년 기준 1인당 철강 소비량이 한국은 1171kg인 데 비해 북한은 60kg에 그친다”면서 “초기 인프라 투자 확대로 핵심 원자재인 건설용 철강재와 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과잉 생산설비를 보유한 국내 철근·강관 업체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의 인프라만 하더라도 철도, 도로가 다 연결되고 항만이 개발되면 한국 경제에 다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북한 지역만 투자해서 효과가 나오기보다는 그것이 오히려 우리 경제에 더 많은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은 ‘불가역적 시장화로, 불가역적 비핵화를’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향후 대북제재 완화 시 인프라 개발 우선순위는 전력, 철도 및 항만, 도로, 항공 순이 될 것이며 경제 개방은 5대 특구 중심으로 우선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인프라 투자도 5대 특구 중심으로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北, 가장 빨리 개방할 수 있는 분야가 관광”

로저스 회장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북한이 가장 먼저 개방의 문을 열 수 있는 분야가 관광업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북한이 개방될 때 어디에 투자할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에도 “공공분야에 먼저 투자하고 싶다. 그리고 관광, 물류, 광산, 전력 등의 분야가 투자 우선순위에 들 것”이라고 했다. 인프라에 이어 가장 먼저 투자할 분야로 관광산업을 꼽은 것이다.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6월 북한의 동해안 절경을 거론하며 콘도 건설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이자 카지노 재벌인 셸던 애덜슨 라스베이거스 샌즈 회장도 북한 투자 의향을 밝혔었다. 

북한의 관광산업은 유엔의 대북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대표적 분야다. 북한 입장에서도, 투자하는 입장에서도 관광산업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로저스 회장은 실제 지난해 12월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보유한 유일한 민간 기업인 리조트 개발업체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그가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처가 북한 관광산업이라고 본 것이다. 로저스 회장은 오랫동안 북한 관광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눈여겨봐 왔다. 특히 그는 “북한의 경제 개방이 이뤄질 경우 남북한 간의 관광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에서 대한항공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전문가들도 로저스 회장이 대북 투자에 있어 관광산업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고 본다. 로저스 회장과 TV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다는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로저스 회장은 중국·미얀마·베트남 등에 투자하면서 (개방) 초기 단계에서 가장 투자할 만한 대상이 관광사업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임 교수는 “그래서 (북한에서) 골프 리조트를 운영하는 우리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맞는데, 로저스 회장이 꼭 금강산 관광만 겨냥했다기보다는 남북한의 인적 왕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가장 투자할 만한 대상이 결국 관광사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로저스 회장이 원산의 대규모 리조트 개발부터 관광사업에 대한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갖고 또 실제적으로 투자를 타진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미 정부가 로저스 회장의 방북 승인 여부를 검토한 것을 보면, 북·미가 제재 완화의 사전 조치 격으로 미 국민의 방북금지 해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관광 또는 사업 활동 목적의 미 국민의 방북이 허용될 경우 북측으로서는 단순한 북·미 관계 개선 이상의 실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 입장에서는 미 국민 입국이 가능해지면 북한 땅이 안전하다는 이미지 형성은 물론 향후 서구 자본의 투자의사 타진 등이 가능해진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도 과거 베트남과 국교 정상화 당시 ‘미 국민의 베트남 그룹여행 허용’을 초기 조치로 단행한 전례가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해 12월 인도적 지원 목적의 미 국민 방북 재검토 방침을 밝히며 “북한 정부가 두 달 전 억류된 미국인을 신속히 추방함에 따라 미 정부는 북한을 여행하는 미 국민의 안전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발효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북한 지하자원 잠재가치 6600조원 육박

북한은 광물자원의 풍부한 보고다. 많게는 6600조원, 적게는 4000조원대까지 가치 평가의 폭도 넓다. 광물자원공사는 북한에 매장된 주요 광물자원의 잠재가치를 3조9000억 달러(약 4400조원)가량으로 추정한다. 남한에 잔존하는 지하 광물자원의 약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북한자원연구소는 북한 광물자원 잠재가치가 6조2000억 달러(약 6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추정치이긴 하나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278조원)의 14배에서 24배에 이르는 잠재가치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로저스 회장도 이런 북한 지하자원의 잠재가치를 높게 평가해 투자 우선순위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북한에는 500여 종의 광물자원이 있다. 유용한 광물자원은 200여 종으로 파악된다. 마그네사이트·갈탄·무연탄·철강석·아연·금 등 20여 종은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텅스텐·몰리브덴 등 합금용 광물인 희소금속과 흑연·동·마그네사이트 등의 부존량은 세계 10위권으로 추정된다. 

주요 광물을 90% 넘게 해외에 의존하는 세계 5위 광물자원 수입국인 남한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이다. 희토류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거나, 향후 통일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물론 북한의 지하자원 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지적은 꾸준하다. 정부도 이런 우려 속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연간 총수출액의 절반가량이 광물자원인 북한 경제에서 광물은 초기 경제도약에서 상당한 경제적 승수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자원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특히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이 ‘자원 교역’ 이상의 경제적 편익을 남북 모두에 가져다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과 북의 지하자원 부존 여건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5위의 광물자원 수입국이다. 광물 자급률이 극히 낮아 전체 광물 수입의존도는 88.4%에 이른다. 지역적으로 인접한 남북한의 현격한 광물자원 분포 차이는 활발한 교역·투자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북한의 지하자원과 임금이 한국의 기술력·자본과 결합한다면 무서운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 남북경협이 한국에 남은 마지막 도약 기회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총재는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수출될 것”이라면서 “이런 시나리오대로 되면 북한 경제는 앞으로 10년 이상 8~10%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 한국도 현재 3%대 성장률을 5%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3대 ‘큰손’ 중 한 명, 짐 로저스는 누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1942년 10월 미국 앨라배마주 데모폴리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에 야구장에 버려진 빈병 모으기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예일대와 옥스퍼드대를 나온 그는 군복무 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다가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만들어 10년간 42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해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렸다.

37세 되던 1980년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금융론을 가르쳤고, WCBS와 FNN 등 금융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평생의 꿈이던 오토바이 세계일주 여행에 나서 52개국에 걸쳐 약 16만km를 달려 기네스북에 올랐다. 또 아내와 함께 116개국 30개 내전 지역 중 절반을 지나 24만5000km를 달리기도 했다.

중국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진 그는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겠다며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현재 폭스뉴스를 비롯한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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