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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빅뱅 합의 해도 디테일에 악마 있다

‘대북 회의론’에 시달리는 트럼프…남북회담 후 美 여론 관건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2(Wed) 11:47:00 |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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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협상에 가까이 가보지도 못했던 모든 전문가가 이제는 도처에서 나한테 어떻게 협상을 하라고 훈수를 두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국내 언론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2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전날 핵실험장 폐기와 핵·미사일 실험 중지를 공식 발표하자 “아주 좋은 뉴스, 큰 진전”이라고 말한 데 이어 “그들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트윗했다. 이에 미 언론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일제히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집중 공격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역사적인 이벤트를 창출하려는 욕심으로 아무것도 얻지는 못하고 양보만 해 줬다는 비판이 속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트위터를 통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26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지나친 양보를 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불공평한 뉴스”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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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회의론자들과 싸우는 방법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전임 행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길게는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짧게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까지 북한 문제에 관해선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핵무기 등을 개발할 시간만 벌어준 사람들이 이제 자기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논리다.

 

‘대북 협상 회의론’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뿌리는 매우 깊은 편이다. 미 행정부 내의 이른바 ‘네오콘(Neocon)’이나 ‘강경 매파(Super-Hawk)’ 등 공화당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 세력이 주장하는 핵심은 한마디로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 의회 상원 외교위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소속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이 북한의 발표에 관해 “나는 이것을 믿지 않는다. 북한과 관련해선 검증이 첫 번째가 돼야 하고 신뢰가 두 번째가 돼야 북한에 다시는 속지 않는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이를 잘 말해 준다. 또 폴 월포위츠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이 한국의 한 세미나에서 “북한은 우리를 항상 속여왔기 때문에 그들이 모호한 약속을 한다고 해서 대북제재를 완화해선 안 된다”고 훈수를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 섞인 훈수를 피해 가는 방법은 이른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확고하게 달성하는 길이다. 역대 미 행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무리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고 발표해도, 이를 과연 어떻게 실행하고 검증할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미 행정부는 이전에도 북한과 여러 합의를 했지만, 북한의 약속 파기로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오히려 미국이 과거에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서양 속담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이다. ‘큰 합의’만 하고 세세하게 신경을 쓰지 못한 구체적인(detail) ‘작은 부분’ 때문에 기존 합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돼 결국 일이 꼬여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등장하는 말이 이른바 ‘빅뱅(Big Bang) 합의론’이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나 이에 따른 반대급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다 결국 파탄이 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이른바 ‘일괄타결(Grand Bargain)’을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북한 비핵화에 ‘1년’이라는 시한을 못 박고, 반대로 북·미 수교나 평화체제 등 북한에 대한 반대급부도 이 기간에 동시에 완료한다는 구체적인(details) 합의 내용이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이고 이른바 ‘통 큰 합의’를 명시해 이행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악마’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맥락이다. 그래야만 미국도 북핵 폐기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른바 ‘동결의 덫(freeze trap)’에 걸려들지 않고, 북한도 명확한 체제 보장을 확보해 핵 폐기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접근법이다. 이에 관해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이른바 단계적·동시적 타결책을 선호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체제 보장만 확실히 된다면 조기에 핵무기 폐기 완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디테일의 악마’는 ‘미국 內’에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외교 전문가는 “북·미가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한 이른바 ‘빅뱅 합의’를 해도 ‘악마’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무리 구체적인 합의라도 실행 검증과 완료 확인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북·미 간에 합의가 뒤틀릴(twist)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을 이용해 자신의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받고 실제로 한반도 비핵화는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무기를 체제 유지를 위한 ‘보검(寶劍)’으로 남겨둘 것이라는 불신이다.

 

북한처럼 일사불란한 사회주의 체제가 아닌 미국에선 엄연히 이 합의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미 간 ‘빅뱅 합의’를 자신에게 휘몰아치는 여러 스캔들을 일시에 극복하고 올해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할 야심이 있는 것은 사실에 가깝다. 어떠한 합의를 내놓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는 물론 대북 강경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과 회의론이 나올 가능성은 농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써 일부의 비판에 관해 “북한에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안 맞으면 회담장을 나올 것”이라고 신경질적인 해명을 하는 것은 오히려 이에 대한 방증이다. 협상은 북한과 하지만, 평가는 미국 국민과 이를 대변하는 정치인들로부터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넘어야 할 ‘디테일의 악마’는 결국 미국 내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미 정상회담 진단과 전망 관련 기사]

 

▶ 비핵화로 가는 마지막 관문…미리 보는 北·美회담

▶ 송두율 “北 대화 상대론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적합”

▶ [르포] 한반도에 춘풍 불면 中 훈춘에도 훈풍 분다

▶ 정동영 “3차 남북회담은 냉전 해체의 현실화”

▶ 1·2차 남북 정상회담 의제별 합의 내용

▶ 남남 갈등 심했던 1·2차 남북정상회담의 暗

▶ 불어오는 남북 훈풍에 경협 ‘재개’ 기대하는 ‘재계’

▶ “남북 경협으로 한국 경제 5%대 성장 이끈다”

▶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북한에 응답해야”

▶ 독일 사례로 본 남북 정상회담 실천 방향

▶ 30대 수령 김정은, 아버지와 같은 듯 달랐다

▶ ‘정상 국가’를 향한 리설주의 정치학

▶ 숫자로 본 4·27 남북 정상회담

▶ 北·美 빅뱅 합의 해도 디테일에 악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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