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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 갈등 심했던 1·2차 남북정상회담의 暗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회담 해석 놓고 南-北 근본적인 괴리 보여

정낙근 통일연구원 자문위원(前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30(Mon) 16:30:16 |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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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냉전의 최전선인 한반도의 평양에서 ‘처음으로’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무엇보다도 ‘처음’이 주는 이미지 효과가 매우 컸다. 그동안 은둔의 지도자로 알려졌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으로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 앞에 등장한 것이다. 또 남북 양 정상이 ‘6·15 공동선언’에 직접 서명하는 모습이 방영됨으로써 선언문은 양 정상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세계를 향해 약속한 것이 되므로 그 약효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은 북한의 변화 의사를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일종의 ‘현지지도’ 방식으로 전 세계에 연출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6·15 공동선언’에 있다. 5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선언은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남북 통일방안의 공통성 인정, 이산가족과 비전향 장기수 송환 등 인도주의 문제의 접근,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남북 교류협력, 남북 당국 간 대화 등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의 남한 방문도 합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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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조항을 둘러싼 갈등 18년간 지속돼

 

그러나 남과 북이 ‘6·15 공동선언’의 해석에 근본적인 괴리를 노출함으로써 우리 사회 내부의 남남갈등이 심화되는 빌미가 제공됐다. 특히 1항(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과 2항(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통일조항을 둘러싼 갈등은 1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심각하다. 제1항 통일원칙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따로 설명한 적은 없다. 다만 김 대통령을 수행한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통일을 자주와 평화의 원칙에 따라 점진적·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합의”라고 설명했을 뿐이다. 그러나 북한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북한은 1항을 민족 공조 원칙에 합의한 것이고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소위 ‘조국 통일 3대 원칙’을 김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주한미군의 철수와 함께 한·미 동맹이라는 외세 공조를 버리라는 것과 연결된다. 당시 김 대통령은 ‘통일 이전은 물론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허용하기로 (김정일과) 합의했음’을 자랑했다. 하지만 6·15 공동선언에 이런 내용은 없다. 김 위원장 또한 그렇다고 화답한 적도 없다.

 

제2항 통일 방법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북한은 고려민주연방제에 기초하여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설명하면서, 평양방송은 “북남 공동선언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의 공통성을 살리고 장차 연방제 통일로 나가는 길을 명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연합제’안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의 과도적 조치”로 남북의 두 ‘주권국가’ 간에 느슨하게 이루어지는 ‘1민족 2국가 2정부 2체제’의 수평적 결합을 의미한다. ‘1민족 1국가 2정부 2체제’의 수직적 결합인 북한식 연방제와 전혀 다르다. 양자 간에는 공통성이 없고 1국가냐 2국가냐 하는 본질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측 방안을 북측이 수용했으니 성공적”이라는 당시 정부의 자의적 해석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헌법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도록 명확히 규정돼 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벗어난 통일 원칙과 방법에 합의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2007년 10월 임기 만료를 불과 5개월 앞두고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이 전격 개최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한 대통령이 됐다. 남북 정상이 7년 만에 만나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에 관한 합의를 도출한 것은 의미가 크다. 10·4 정상선언은 6·15 공동선언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협력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이 임기 말에 개최됨으로써 정상회담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실현 가능성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8개 항으로 구성된 10·4 정상선언 또한 6·15 공동선언이 내포한 문제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심화시킨 측면이 있었다. ‘우리 민족끼리’가 재천명되고 6·15 공동선언의 적극적 구현을 담음으로써 통일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을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연합제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등 논란이 격심한 용어의 사용을 피하는 대신, 남북 간 각급 회담의 개최를 합의함으로써 향후 연합제·연방제 통일기구로의 작동 가능성을 은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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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정상회담 이후 남남갈등 심화

 

또한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으로 북핵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등장했는데도 이를 6자회담에 전적으로 미룸으로써 핵 폐기를 위한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북핵 폐기에 대한 확고한 천명도 하지 않은 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3자 또는 4자라는 애매한 방식으로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협력을 담음으로써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더했다. 특히 군사적 신뢰구축에 관한 구체적 합의도 없이 경제협력을 명분으로 NLL(북방한계선)을 무실화하는 여지를 남겼으며, 이는 북한의 NLL 재확정 요구를 우회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발전에 초점을 둔 회담이었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지만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를 선언한 2018년의 상황에서 이제 북한의 비핵화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냉전체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연결될 것이다. 2018년 4월27일 문재인·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지역을 방문해 갖는 최초의 정상회담이라는 상징적 효과도 크지만, 동북아 냉전체제의 붕괴가 불가역적 추세로 진행될 첫걸음일 가능성도 보인다. 6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은 물론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길 기대한다. 

 

 

 

[북·미 정상회담 진단과 전망 관련 기사]

 

▶ 비핵화로 가는 마지막 관문…미리 보는 北·美회담

▶ 송두율 “北 대화 상대론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적합”

▶ [르포] 한반도에 춘풍 불면 中 훈춘에도 훈풍 분다

▶ 정동영 “3차 남북회담은 냉전 해체의 현실화”

▶ 1·2차 남북 정상회담 의제별 합의 내용

▶ 남남 갈등 심했던 1·2차 남북정상회담의 暗

▶ 불어오는 남북 훈풍에 경협 ‘재개’ 기대하는 ‘재계’

▶ “남북 경협으로 한국 경제 5%대 성장 이끈다”

▶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북한에 응답해야”

▶ 독일 사례로 본 남북 정상회담 실천 방향

▶ 30대 수령 김정은, 아버지와 같은 듯 달랐다

▶ ‘정상 국가’를 향한 리설주의 정치학

▶ 숫자로 본 4·27 남북 정상회담

▶ 北·美 빅뱅 합의 해도 디테일에 악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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